독일육아일기) 150일의 기적

하니 생후 150일째 되는 날은 그 깔끔하게 떨어지는 숫자보다 더 나에게 특별하고 놀라운 날이었다. 우선 하니는 뒤집기가 가능하게 되어 시도 때도 없이 뒤집었다. 잠깐 주방에 다녀온 사이에 천장을 보고 있던 하니가 갑자기 팔을 괴고 배를 깔고 있는 식이다. 지난 5개월간 아기는 눕혀만 놓으면 큰 자리 이동이 없었기에 가히 이 뒤집기는 내게 혁명과도 같은 사건이라 하겠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시 아기를 보면 자세가 바뀌어있고, 다시 가서 되집어주고 왔는데 또 안 보는 사이에 뒤집고. 자기의 의지인지 몸의 본능인지 하니는 자꾸만 뒤집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힘이 강해진 하니!

그리고 드디어, 150일이 된 저녁 밤. 나는 하니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통잠을 자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바로 6시간 통잠을 잤다!!!!(감격!!!) 습관처럼 새벽 어느 시점에 눈을 떠 하니의 움직임을 느끼고 다시 잠에 들긴 했지만 수유 때문에 깨지 않고 통으로 6시간을 누워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렇게 상쾌하고 정신이 또렷할 수 없었다. 심지어 하니는 울지도 않고 아주 상쾌한 음성으로 귀엽게 옹알이를 하며, 자기 침대로 넘어온 내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때가 5시 50분. 나는 다시 눈을 감고 한 시간쯤 더 자서 7시간을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맘마-하며 혼자 옹알이하는 하니가 너무 귀엽기도 하고 고마워서 결국 불을 켜고 하니를 내품으로 끌어안았다.

아기와 살다 보면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기적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집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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