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노오오력이 필요한 아이와 놀이시간

하니가 소리 내서 웃는 것이 좋아서 그 순간을 이끌어내고자 하니 앞에서 재롱을 떨 때가 많다. 함박미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그 아이의 웃음, 그 찰랑거리는 햇살 같은 소리가 듣고 싶어 나는 매번 안달이 난다. 어떻게 하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시도를 기울인 끝에 하니가 간지럼을 조금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시도 대비 성공률이 매우 낮아 안타깝다. 하니의 몸을 마구 간지럽히면서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면 하니가 가끔 "허허"하고 웃을 때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간지럽히면서 하니의 표정을 살펴보면 어떤 게이지 같은 것, 한마디로 터질 때까지를 본인도 기다리는 눈치다. 정말 열심히 간지럽히며 우스꽝스러운 소리도 많이 내는데도 빵! 터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마치 야호 한번 못해보고 하산하는 심정이 된다.

발가락을 빨때 하니는 폴더폰 접히듯 접힌다.

하니는 혼자두면 주로 발을 가지고 놀거나 뒤집기를 하면서 놀고 있다. 혼자서도 얌전하게 잘 노는 아이지만, 역시 나와 함께 놀 때 눈빛이 생생하고 반짝거린다. 장난감 하나에도 하니는 눈이 커지고 팔과 다리를 격하게 흔들어준다. 가끔 하니가 기분이 좋을 땐 내 얼굴을 보거나 내 노래를 들으며 반짝 거리는 눈망울로 오랜 시간 눈을 맞춰준다.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은 황홀한 순간이다. 서로 눈을 오랜 시간 맞추며 입이 아프도록 웃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입이 아프도록 웃는다는 대목이다. 너무너무 행복한데 동시에 입도 아프다. (응????) 하니와 놀아주는 시간에 나는 주로 활짝 웃고 있고 하니를 웃겨주고 그 앞에서 온갖 재롱을 떨어주고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에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닳는 것을 느낀다. 놀아주기로 작정하고 하니 앞에 섰는데도 10분도 못가 하니 옆에 같이 누워버린 적도 많다. 누워서 책을 보여주는데, 그것도 지치면 하니 따로 나 따로. 하니 배 위에는 고양이 인형 하나를 올려주고 나는 책을 보고 이런 식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놀이시간. 하니가 (드디어) 낮잠을 자주면 나는 그야말로 넉다운이 된다.

아이와 함께 놀때 항상 웃고 항상 에너지 넘치는 엄마가 어디 있다면 가서 비결을 묻고 싶은 심정이다. 남의 집 엄마는 대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는지 관찰카메라 같은 게 있다면 보고 따라 하고 싶은 마음. 아이가 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놀이시간은 <노오오오올이시간>이 될 텐데. 역시 엄마는 체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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