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14] 변화 중인 나를 알아간다는 것

여행을 하면 자기를 더 많이 알게 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보고싶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나의 한계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NGO 업무에 대단한 비전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였지만 나는 이 일을 할 때 보람을 잘 못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훌륭하고 멋진 일이지만 나에게는 열정이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전에는 몰랐지만 하면서 알게 된 느낌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였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 하루도 쉴틈 없이 매일을 보냈던 20대 초반과는 정반대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책에 파묻혀있는 시간이 있어야 편안하다. 모르는 사람 투성이인 공간에서는 지치고 피로하다. 

나는 어쩌면 부정적인 사람이다.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다. 이 말이 습관이 될까봐 이 점은 매번 경계하고 있다. 박군에게도 부정적인 기운이 전달될까 말하기 전 몇번은 다시 고쳐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늘 어렵다.

남들 앞에 나서는 일, 이끄는 일은 잘 못한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나 아닌 다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나는 여러 군중 속의 한 명으로 리더를 따라가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대단한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고 싶어하지도, 에너지를 쓰고 싶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얘기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사람을 만나고 외식을 하는 것들은 나를 조금 피곤하게 만든다. 주말에는 밖에 나가 시원한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만약에 사람을 만나는 것과 혼자 책읽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언어에 대한 내 관심은 정말 크다. 새로운 표현을 익히면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떠올려보고 문장도 만들어본다. 외국어를 좀 더 잘 구사하는 것과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내 소원이다. 이유는 없고 그냥 그런 것이 좋다.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처럼 지금의 나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나도 내 모습이 가끔씩 낯설다. 음악치료도 어려워했는데, 여기와서도 이 일이 뭔가 맞지 않는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닐까, 이런 느낌은 떠오를 때마다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변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뭔가 좋은 쪽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 희망적이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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