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피아노 초보자 가르치기, 6개월간의 기록

안녕하세요, 여러분. 홍이입니다.:) 저는 캄보디아에 ngo봉사단원으로 파견나와 지난 3월 중순부터 그룹홈에 살고 있는 중2 여자아이 한명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주고 있어요. 그 친구의 이름은 '닛'이랍니다. :)


악보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닛... 가끔씩 내 얼굴도 빤히 쳐다본다. 


전공자도 아닌데 피아노를 어떻게 가르쳐?

   먼저 말씀드리지만, 저는 피아노를 전공한 전공자가 아니고 교회반주만 해왔던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캄보디아 아이에게 어떻게 피아노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일단 목표부터 세워보자 싶어서 몇가지 적어본 것이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르칠 것인지, 무엇에 중점을 두고 가르칠 것인지 기록해봤어요. 


1) 반주를 할 수 있도록 코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 손가락 협응을 기르기 위해 하논으로 손가락 연습을 꾸준히 시키자

3) 찬송가 초견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악보를 읽는 능력을 끌어 올리자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주 2회씩, 꾸준히는 아니지만 3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개인레슨을 하고 있답니다. 중간중간 단기팀이 오거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제가 지방 출장을 가야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할 때가 많았어요. 어김없이 이 아이는 일주일만 연습하지 않으면 하얀 백지로 리셋이 되어버리더군요. 저와의 레슨시간이 아니고서도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숙제를 내주기는 하지만 지키지 못할 이유가 수없이 많아요. 연습 없는 레슨은 늘상 제자리걸음이죠. 그 자리에 앉아있는 저도, 아이도 고역일 때가 많습니다.


초기 베이스라인

   3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닛은 다섯손가락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어요. 손가락이 타건될때마다 손목은 갈 곳을 잃고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고 타건에는 힘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해서 바른 자세와 모양으로 타건하도록 연습했어요. 



2개월쯤 됐을 때, 바이엘을 가지고 연습했던 아주 단순한 패턴을 영상으로 담아봤어요. 도레미파솔파미레도. 간단한 패턴이지만 양손을 다 써야하면 복잡해집니다. 뇌에서는 대혼란을 겪나봐요. 오른손으로 쳐야할 부분을 왼손으로 치고 양손이 막 바뀝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하죠.


6개월째 레슨, 중간점검

   지금까지 줄곧 바이엘과 하논 중심으로 연습해왔어요. 하논으로는 다섯손가락을 고르게 타건하는 연습을 했고 바이엘은 양손 협응, 단순한 박자감 익히기, 악보 읽는 연습을 중점으로 했죠. 사실 진도는 더디게 나갑니다. 단순한 두줄짜리 곡을 가지고 몇회의 레슨을 통째로 날려버릴 때가 많아요.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어딜 갔다오면 이상하게 초기화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7월 중순에 방학이 시작되고 주5회 레슨으로 바뀌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어요. 뇌가 어제 연습했던 것을 기억하더라구요. 매일 연습에 큰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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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 [여기는 캄보디아/홍이 흔적] - [캄보디아 생활+157] 매일매일 뇌에 줄긋기



   8월 말에 촬영한 영상이에요. 여기까지 연습하고 제가 뎅기열로 정신이 쏙 나가있는 사이에 2주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러버렸고, 다시 복귀하고 닛을 만났을 때 약간 백지화의 조짐을 봅니다. 아.. 이건 백프로 선생의 잘못이에요. 무엇이 됐든 일관성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6개월, 앞으로의 방향

   바이엘을 이쯤 접고 체르니 100번 교재하논, 그리고 CCM 반주곡집을 들었어요. 앞으로는 악보를 보고 정확히 누르는 연습과 함께 코드로 반주하는 몇가지 단순한 패턴을 가르쳐 줄 생각입니다. 지금 수준으로는 남은 6개월간 얼마나 향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이지만 할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참, 레슨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이론을 등한시 한 경향이 있는데 남은 6개월은 악보를 그린다거나 채보를 하게해서 음악기호를 쉽게 읽고 쓸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아직 악보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요. 역시 이론/연습은 병행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남은 6개월간의 기록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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