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듯한 상황에서,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

요즘 저의 최대 이슈. 바로 '감정' 입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때때로 우리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아서, 갑자기 분노하거나 갑자기 모든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되죠. 그런 감정에 우리는 잠시 머무를 때도 있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혹은 몇달씩 머무르기도 합니다. 24시간 내내 계속 같은 무드에 있다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비슷한 순간이 오면 순식간에 클릭된다고 할까요. 쉽게 분노하고 짜증내죠. 본래 감정이라는 것은 사람이 인지하기 전 반사적으로 올라오는거라고 해요. 점점 특정 감정이 습관처럼 빠르게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특정 감정은 대게 부정적인 감정일 때가 많죠.

flat icon 홈페이지에서 찾은 화나는 표정과 슬픈 표정. 이런 당황스러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기는 할까?


이런 감정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게 된게 경향신문에서 주최한 정신분석가 권혜경박사의 '나의 감정 다스리기' 강의였습니다. 본 포스팅은 위 강의의 일부를 토대로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강의 들어보기

- [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 정신분석가 권혜경 '나의 감정 다스리기 1'(8분40초부터...)


- [심리톡톡 나와 만나는 시간] 정신분석가 권혜경 '나의 감정 다스리기 2' (감정조절방법 제시는 15분 40초부터..)



감정이 올라오는 프로세스 알기

기쁨, 행복감, 슬픔, 좌절감, 고독, 공포, 짜증, 분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렇듯 다양하게 불쑥불쑥 등장하는 이 감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정은 몸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전해주는 신호라고 합니다. 나에게 또는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신호. 인지적인 과정이 아닌 반사적인, 본능적인 반응이에요. 생존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불이 났을 때.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오는 등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자동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도록 알리는거죠.

그런데 아주 보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얘기 해볼까요. 전쟁경험이나 심한 폭행,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의 상황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올라오는 수준이 비슷할 것 같아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닥치는 상황을 어느 수준의 위험으로 감지하는 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과거의 경험이 어떤지, 감정조절 메커니즘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신체적인, 감정적인 반응이 나타나죠. 

같은 스트레스 상황, 어려움, 사람들을 경험한다 할지라도 본인의 감정조절력, 감정을 얼마나 견뎌내는지(affect tolerance)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받는 데미지가 다르다는거죠. 대체로 그럭저럭 참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빡치고, 뚜껑이 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게 되고 그로인해 에너지가 탈진되는,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게 됩니다.


그럼 어떡해.. 나는 그릇이 작은데?

우리는 힘듭니다. 사는게 그냥 힘들어요.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외부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내적으로도 세계대전 저리가라 할정도로 갈등이 있습니다. 외부적인 상황 한번 읊어볼까요? 노동력 착취, 수치심 유발, 감정적인 하대, 천대, 육체적으로 고된 업무, 나를 미치게 하는 사람들 등드. 내부적으로는 어떻구요. 끊임없는 불안함, 자존감이 낮은 나를 받아들이기, 불확실한 미래 등등. 이런 상황을 그럭저럭 넘기기에는 아휴. 한참 그릇이 작은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상황에 놓일 때 부정적인 감정, 소위 짜증과 화같은 감정이 반사적으로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것 같아요. 이걸 견디면 그릇이 넓어질거라 뭐 그런 소리를 하는데. 그런거 저희는 관심 없죠.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구요.


나를 위한 선택, 편해지자 - 감정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들

이쯤 되면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서 달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황을 개선하고 싶긴 한데, 그럴 힘은 없고. 사실은 내가 편해지는 길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갈때 불쑥불쑥 올라오는 감정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 그게 내가 편해지기 위한 길인것 같습니다. 

권혜경박사는 감정조절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아홉가지를 꼽습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메커니즘이 앞에서 설명했듯 인지를 거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나타나고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 반응(가슴떨림, 과호흡, 분노표출로 가는 과도한 에너지)을 먼저 즉각적으로 다운시킬 수 있는 아래의 방법이 정말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1. 심호흡하기

대화도 멈추고, 모든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깊은 심호흡하기. 들숨보다 날숨을 오래. 1:6 혹은 1:8로 길게 내뱉기. 10회 반복. 심호흡을 통해 교감신경을 부교감신경으로 의도적으로 바꿔주면서 우리 몸이 먼저 차분해지게 되고, 굳어버린 이성적인 사고가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2. 긴장이완훈련

내몸의 긴장상태를 모두 풀고 이완시키기.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으면 더 도움이 될것 같네요.) 모든 긴장이 풀린 이완상태의 몸이 이 상태를 기억할 수 있도록 반복합니다.

3. Focusing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신체의 변화가 올 경우,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기도 하죠. 감정은 내 몸에서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아픈 부위에 집중합니다. 이건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네요.

4. 운동하기

운동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좋다는거 우리 모두가 알고 있죠. 특히 운동할 때 우리는 한계를 넓히는 경험을 하잖아요. 할수 있는 수준과 노력해야 이뤄지는 것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죠. 몸과 신체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체가 먼저 넓혀지는 경험을 할 때 마음도 한계를 넘어서는데 도움이 됩니다.

5. 모르는 것을 견뎌내기

표출하려던 것을 잠시 멈추고 마음에 담아두는 훈련입니다. 무조건 참으라는 건 아니지만 잠시 담아두는거에요. 마음에 담아두고 점검을 하는거죠. 행동으로 표출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 

6. 나를 알아가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위험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상황을 못견뎌 하는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 또한 감정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7. 상상하기

우리는 사실 부정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죠. 그런데 유의해야 할 것이 우리 뇌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데로 실제로 받아들이죠. 그렇다면 가능한 좋은 이미지로,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상상한다면 뇌는 그것을 실제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곱씹으며 이불킥을 날리는 것보다 문제상황에서 나이스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8. 긍정하기

우리 뇌는 부정적인 것들만 크게 기억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아주 조금 기억하죠.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있을지라도 작은 감사, 작은 긍정을 크게 강조할 때 폭풍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9. 조금씩 시간을 두고 변화하기

급하면 뭐든지 체하죠. 심호흡 몇번 한다고, 긴장푸는 훈련 몇번 한다고 슈퍼맨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아주 오랜시간 지켜보고 시도해보는 것.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감정조절도 근육처럼 훈련이 필요하다

위의 방법들을 실천해본다면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사실 극한 상황에서 심호흡 할 정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평소에 연습해보는 게 더 중요하겠죠. 감정조절도 근육처럼 훈련을 계속 해준다면 탄력성이 발휘되어야 할 순간에 감정조절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포스팅하면서 정리하다 보니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소된 부분도 있고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너무 교감신경 낮추는(?) 방법만 제시된 것 같아서 말이에요. 분노나 우울, 수치심, 절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 각각의 세부적인 인지적 메커니즘이 궁금하긴 하네요. 그걸 알면 다른 개입의 여지가 있을텐데 말이죠. 그건 이후 포스팅 주제로 미뤄놓고 저는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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