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생활+93] 시간은 흐르고 있다

1.

영화 와일드를 보고 걷는 여행의 묘미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책을 똑같이 베끼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처럼 도보 여행도 그만한 시간과 육체의 고통이 수반되겠지. 하지만 그만큼의 깊이는 있을 것이다. 고통을 느끼는 중에 나를 알게되는 과정이 있겠지.


2. 

5월 30일. 정신없이 오월이 지나갔다. 캄보디아에 온지도 벌써 세달. 갈 길의 1/4지점에 서있다. 여러가지 일에 매여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아쉽다 생각 말고 시간이 가버리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테다. 

시간이라는 것은 온갖 아양을 떨면서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같지만 지나고 보면 미꾸라지처럼 손가락을 빠져나간다고 한다. 어느 책에선가 본 글이다.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아껴야지. 소중히 보내야지.


3.

휘적휘적 카레가 익어가는 동안 지은언니와 통화를 이어갔다. 와이파이 상태가 좋지 않은지 목소리가 들렸다 말았다 한다.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애타는 마음에 자세를 이리 저리 바꿔본다. 꽤나 잘 들리는 지점, 애석하게도 싱크대 가까운 곳이다. 허리를 비틀어 간신히 연결을 붙잡는다. 이상한 자세다. 하지만 연결되고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대화가 오고가는 즐거움은 이 요상한 자세에서 더 커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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