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오려는 에너지 vs. 누르는 외부 압력

뭔가를 쓰고 싶어서 컴퓨터를 켰는데 무엇을 써야할지 몰라 글을 썼다 지웠다 여러차례 반복하고 있다.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이 블로그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스크롤만 내리다 넘기겠지만, 혹시 누군가는 눈여겨 볼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이 나의 시야, 내 견해가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러워 진다.

하지만 인간은 표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자기 속에 가득가득 채워서 더이상 누르지도 못할 정도로 꽉 차오를 때면 그 에너지는 글로도 나오고 말로도 나온다. 글을 쓰든 말을 하든 밖으로 에너지를 표출시켜야만 하는 존재다. 그것을 억누를수는 없다. 포커페이스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에너지는 밖으로 나와야 정상이다. 누르고 있으면 언젠가 폭발한다. 그것도 아주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여기 두 부류의 집단이 있다. 한 집단은 A를 주장하고 다른 집단은 B를 주장한다. 서로의 의견은 평행선을 이룬다. A집단은 B를 이해하지 못하고 B는 A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서로가 살아온 방식이 다르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자 실망감을 크게 느낀다. 서로 눈치를 본다. 마음에 안들어한다. 골치 아파한다. 마주치기만 해도 피곤해한다. 한쪽에서는 이러 이러한 것이 문제라고 하고, 한 쪽에서는 문제는 피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대지 말라고 한다. 

어느 한쪽에서 어떤 카드를 먼저 꺼내들지 알수가 없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이제 여기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서로 무엇을 주장했는지 흐릿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왜 이렇게 지지부진 질질 끌리게 되냐면, 우리 문화가 그렇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감수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겪지 않아도 될 지독한 시간을 겪고서도, 할 말이 있는자는 말 할 것이다. 말하기가 꺼려지는 사람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 하고싶은 말을,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이 에너지를 막고 누르는 것이 무조건 현명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잠잠히 있을 자는 잠잠히 있고, 할말이 있는 자는 말한다. 잠잠히 있는 자를 손가락질 할 것도, 나서는 자를 쓸데없는 열정이라 결코 말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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