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표현이 잘 안될 때가 있다

나는 종종 말을 반대로 할 때가 있다. 뇌의 회로가 어떻게 꼬여있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불쑥 정 반대의 말이 튀어나온다.

가령 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을때, 무의식적으로 가끔 나는 "아, 배고프다"라고 말한다. 내 무의식 어딘가 언제나 배고픈 자아가 숨어있는 걸까?

식욕 뿐만 아니라 체온과 같은 보다 본능적인 영역에서도 이런 "반대로 모드"가 작동되기도 한다. 호되게 더운 날씨로 기절할 것 같은데 가끔 나는 "아 춥다"라고 한다. 말하고도 놀란다. 이상하다!

말이 꼬일때도 있다. 조리있게 얘기가 안되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단어 순으로 마구잡이 나열한다던가, '그..그..그.. 있잖아 왜'를 연발하기도 한다. "어제 그.. 그.. 있잖아. 우리가 먹었던게 뭐지?" 꼭 이런 말들은 기억이 잘 안나더라. 나의 이런 황당한 면모는 고스란히 남편의 몫이다.

남편은 나와 다르다. 나처럼 반대로 말하지 않는다. 정확한 표현을 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제 옥상 위에서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저기, 저기에 수영장이 있네. 사람들이 재밌게 논다."했는데 몇시간이 흐른 뒤, 우리 앞을 쓱 지나가는 차 한대를 보면서 "아, 수영장이 있던 집에 주차되어 있는 차가 방금 지나갔어."라고 한다.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물으면 "그냥, 아까 봤어."라고 쿨하게 말한다. 아까? 분명 같이 있었는데? 기억하는게 다르다니.

사람의 무의식 너머의 세계는 참 신비롭다. 정반대의 말이 조절안되는 반향어처럼 갑툭튀 하기도 하고 관심사에 따라 기억도 달라진다는 사실이. 언제나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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