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7. 18:1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너무나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느라 일주일이 흘러버렸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바라던 선물을 받았는데 좋아하다가 빼앗겨 버린 기분. 처음엔 화가 났고 분노를 쏟아냈고 다음엔 우울감과 좌절감이 찾아왔다. 뭐 이래.지난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인즉슨, 우리가 너한테 주기로 했던 장학금 금액의 숫자가 잘못됐다, 실수해서 미안한데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고.뭐...뭐라???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그 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의 여부'가 그만큼 나한테는 중요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발도르프 교사양성과정은 독일어 과정에 비해 학비가 4배 이상 비싸다. 독일어 과정은 2년 석사과정에 3,800유로(..
2017. 12. 5. 08:1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모두가 기다리는 그날이 오고 있다. 11월의 마지막 날이 가까워질수록 슈투트가르트 도시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곳곳에 트리가 올라오고 알록달록한 빛깔의 장신구들이 반짝거린다. 이런 화려한 분위기는 시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발코니에 다들 트리며 전구며 인형이며 어찌나 반짝반짝거리고 예쁜 것들로 꾸며놨는지, 혹시 나빼고 다들 약속이라도 했나?연일 과제며 조모임에 발표에 쓰리콤보로 넋을 잃어가는 박군과 나는 '더 바빠지기 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야겠다고 다짐하고 지인 부부와 함께 에슬링겐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 마켓 하면 에슬링엔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많았었다. Esslingen am Neckar 에슬링겐 혹은 에슬링엔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2017. 12. 4. 17:1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겨울 사랑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추운 겨울이 온다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 *시가 참 마음에 든다. '내 언 몸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이 부분이 가장 좋다. 가장 춥고 시린 순간을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요즘 바깥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추위가 서슬퍼렇게 안방을 지배하고 ..
2017. 11. 30. 03:4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오늘은 기념적인 날이다. 약간의 흥분과 떨림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11월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했던 달이었다. 독일에서 석사유학을 시작한 남편과 함께 이곳에 왔지만, 만 30세가 넘는 남편의 나이 때문에 공보험 가입이 되지 않아 아직도 보험은 미완결 상태였다. 계속되는 거절에 지칠대로 지쳐, 차라리 내가 학생이 되어버리자고 결정하기까지 이 11월 한달간 내적으로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발도르프 교육이 뭔지도 몰랐다가 흘리듯 건낸 한 지인의 권유('혜진씨 발도르프 배워보면 좋을 것 같아요!')가 이 여정의 시작이 되었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내가 배울만한, 나의 과거 경험과 연결 될 만한 과정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가, 우연히 알게된 이 발도르프는 내게 설득력이 있었다. 발도르프 교육은 ..
2017. 11. 26. 02:4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제목에서 밝혔듯이 나의 11월은 정말 단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어제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오늘을 살고 있는데, 날씨까지 흐리멍텅하니 날짜 지나가는게 더 구분이 안된다. 어제는 흐리면 오늘은 맑아야 어제 오늘 다른게 구분이 되는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햇볕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솜먹은 물마냥 무거운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고 있으니. 11월은 3주가 넘게 흐릿한 날씨만 가득하다.그러다 최근에 햇볕이 조금 드는 날이 있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해가 아침에 뜨는 순간부터 질때까지 하루 종일 가득히 햇볕이 비췄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일찍 눈을 뜨자마자 문이란 문은 다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발코니 문도 열어놓고 화장실 창문도 열어놓고 부엌창문 안방창문 활짝활짝 햇볕이 집안 곳곳으로 들어오도록. 햇..
2017. 11. 17. 04:2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의 혹독한 겨울나기 대비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해외배송 받은 따수미 난방텐트. 항공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주가 넘도록 오래 걸린 그 지독했던 마음고생이 오늘로 끝이 났다.세관에 걸려있다던 우리 텐트는 슈투트가르트 도착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DHL express 에 전화해서 여러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편지를 기다리라'는 것. 기다리라니까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 (....) 그렇게 목이 빠지게 우편함만 열고닫고를 반복하던 차 드디어 어제 쫄암트(세관)에서 온 우편물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과 함께 달려간 곳. 슈투트가르트 세관 Zollamt 이다.짜증나는 Zollamt .....다행히 집과 멀지 않았다. 우반타고 10분정도 떨어진 곳. 돌돌돌돌 돌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