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7. 17:5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은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라 식물에 관심이 크다. 작년 독일 집으로 처음 들어온 그 다음날 가장 먼저 샀던 것은 이불도 아니고 그릇도 아닌 식물과 화분이다. 그렇게 들어온 식구들이 대파와 라벤더. 대파는 9월에 씨를 뿌려 길고 긴 겨울을 가녀린 줄기로 간신히 버티더니 봄을 맞아 하늘 위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라벤더도 겨울잠 자듯 웅크리고 겨울을 나다가 봄을 맞아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라벤더가 봄을 맞아 피워낸 보라색 꽃은 한동안 우리가 감상하다가 최근엔 남편이 몇개 꺾어 방 곳곳에 걸어두었다. 집이 보기 좋아졌다.쭉쭉 뻗어 나가는 독일 대파. 올 여름엔 뜯어먹을 수 있으리. 박군의 섬세한 터치가 느껴지는 말린 라벤더. 남편은 저렇게 늘어지는 화분을 갖고 싶다고 근 몇주간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결국엔..
2018. 5. 20. 17:1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슈투트가르트의 5월 날씨는 오락가락하는 편이다. 한 2주는 줄곧 여름처럼 덥더니 지난주 부터는 계속 쌀쌀한 온도다. 한국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여름이 시작되면 줄곧 내내 여름 여름 여름!!!!!! 이라면 독일은 여름처럼 덥다가도 비만 오면 기온이 뚝 떨어져 가을처럼 쌀쌀해진다. 덕분에 기온 확인하는 건 아침마다 하는 일과 중 하나이다. 여름인줄 알고 나갔다가 초가을 날씨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볕이 좋은 어느 5월의 하늘 B2.1가 끝났다 독일어 B2.1과정을 마쳤다. 어학원을 다닌지도 벌써 5개월째다. 과정이 올라갈 수록 내용은 좀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알아야 할 단어도 많고 표현의 범위도 넓다. 학원에서 배운것 외에 집에서 혼자 익혀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진 느낌. 요즘에는 독독..
2018. 5. 7. 04:02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과 산책을 나선 길이었다. 어느새 해가 길어져 저녁 8시가 되어도 아직 하늘이 파랗다. 우리는 와인밭 사이에 나 있는 길다란 오르막길을 걸었다. 중턱쯤 오르니 왼편으로 우리집이 보인다. 늘 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르막길에 서서 반대로 집을 바라본다. 꼭 액자 속 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4월 초에는 민들레로 길가가 노랗게 물들어있더니 이제 꽃은 어디론가 쏙 들어가버리고 민들레 홀씨가 지천에 널려있다. 포도밭 주변에도 홀씨로 바닥이 빼곡히 매워져있다. 나는 지나가다말고 홀씨대를 잡아 꺽어 입가로 가져왔다. 그리곤 후- 하고 양볼에 바람을 넣어 한 숨에 불어보았다. 밤의 어스름이 내려오는 푸른 하늘로 하얀 홀씨들이 흩뿌려진다. 그 가벼움이 너무 신비스러워 하나를 더 꺾었다. 이번엔 좀더 약하게 불어봤다..
2018. 4. 23. 04:0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슈투트가르트의 날씨는 봄을 넘어 어느덧 여름에 이르고 있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은 푸르른 빛깔을 뿜어내고 있다.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이토록 강력한 온화함에 탄력을 받아 독일어 공부에 온 시간을 몰빵하며 나의 4월을 보내고 있다. 봄에 탄력을 받아 우리 식물 친구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나가는 중이다. B2과정이 시작되니 B1보다 말을 확실히 많이 시킨다. 별별 테마에 대해서 토론 아닌 토론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테마가 주거 방식에 대한 거면, '네가 사는 곳은 어떻니?', '어떤 장점이 있니?',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니?' 이런 식이다. 선생님이 곧바로 나한테 질문하거나 옆사람과 얘기하거나 그룹을 지어 얘기하거나. 계속 말 말 말 말!B1때는 그나마 문법이나 독해, 듣기 분량이..
2018. 3. 29. 05: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그동안 글 쓸 짬 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학원가고 수업듣고 집에오면 점심먹고 치우고 쉬다가 숙제하고 장보고 저녁먹고 공부하고. 정말 하는일 없이 학원갔다가 숙제만 했는데도 놀랍게 하루가 가버리는 경험을 매번 할 수 있다. 시간은 왜 이리 두기만 해도 잘 가는지. (..ㅎ-_-) 그러는 와중에 B1가 드디어 끝났다!!!! 야호!! A2에 6주, B1에 6주. 이렇게 벌써 12주나 흘렀다. 이제 대충 배울건 다 배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나는 아직 B1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오르진 못한 것 같다. 학원 수업만 따라가기도 벅찬 세 달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원수업 외의 것들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따로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다던가 듣기를 더 한다던가 쓰기를 더 해본..
2018. 3. 14. 00:4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작년 8월에 독일에 도착하고 난 후 나는 줄곧 봄을 기다려왔다. 독일에서 맞이한 첫번째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3월 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친구들이 우리집으로 놀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3월이 드디어 왔고 서울에서 반가운 손님이 슈투트가르트로 찾아왔다.아주 먼 길을 건너 한국에서 이곳까지 방문해준 두 친구는 9월에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다. 이 둘과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을 때 같은 교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둘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으로 나갔는데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반가움에 심장이 쿵쾅쿵쾅. 무슨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들떠있었다. 친구를 유럽에서 만난다니! 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이렇게 우리의 짧고도 아쉬운 일주일의 동거가 시작됐다. 요리사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