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스산한 일요일

서머타임이 끝난 일요일 아침.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비가 청승맞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창문 밖으로 바람이 크게 일고 있는 것이 바람에 사정없이 나부끼는 나무로 눈에 보인다. 비는 금방 오고 말겠지 싶었는데 더 굵어졌다. 제법 비 내리는 소리가 크길래 박군과 함께 발코니로 나가봤다.

비에 흠뻑 젖은 집앞 와인밭.

집 앞에 펼쳐진 와인밭이 가을비에 흠뻑 젖었다. 나무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이불을 뒤집어쓴 듯이 덮여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온 게 8월 말이었는데 10월 말이 된 지금 하늘의 빛깔이 참 상반된다. 그땐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보기만 해도 깔끔한 여름하늘이었다. 지금은 좀 스산하네. 이제 겨울이 완전히 와 버렸나보다. 써머타임까지 끝났으니 이젠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무섭게 어두워지겠지.

긴긴 겨울동안 나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려나. 겨울 잠이라도 자야 할까. 읽던 책을 덮으며 멍하게 창 밖을 바라보았다. 대자연에 지배받는 겨울이라. 창 밖으로는 비를 맞으며 창공을 가로지르는 새가 보인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너는 나는구나.



추우면 좀 춥게 어두우면 좀 어둡게 이 기나긴 독일의 겨울밤을 보내야지. 그동안 읽고싶은 책이나 실컷 읽어야겠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두번씩 읽어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점점 빗줄기가 약해진다. 이제는 흐릿한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린다. 아무리 험상궂은 날씨도 이처럼 금방 지나가는 것을. 겨울밤도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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