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험 가입하겠다고 이러고 있다

잠을 엄청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일어나는 건 늘 개운한 편이다. 다만 공기가 엄청나게 차가워서 이불 밖에 나가기가 싫다. 언제까지고 이불 안에만 있고 싶어진다. 추운 집의 단점이다.

요즘 급격하게 추워졌다. 지난주 내내 먹구름이 껴있더니 오늘부터는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다. 밖에 나갈때 그냥 패딩만 입어선 따뜻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겹겹이 뭔가를 더 껴입어야 한다. 혹한의 추위가 기다리고 있으니. 있는대로 껴입어야 한다. (난방텐트 배송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 1일에 주문했으니 2주가 넘도록 못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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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험 가입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 벌써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보험 회사에 문을 두드려보고 안된다고 하면 또 다른 회사에 문의하는 정도 뿐이다. 답신이 오기까지 한참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렸다. 이제 몇개 회사가 남지도 않았을 뿐더러 점점 희망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게 다 임신이며 출산 문제 때문에 이렇게 안타깝게 찾고 있는 거다. 독일에서 오래 살 생각을 하면 공보험으로 안전한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 30살이 넘으면 학생보험으로 가입이 안된다. 학생보험비의 두배를 내고서라도 가입하겠다는 voluntary 상품은 비자가 12개월 이상이여야 가입이 가능한 엄격한 조건이 있다. 내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학생에게 1년짜리 비자밖에 안 주고 후에 연장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아다리가 다 안 맞다.

이도저도 안되면 사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 돈을 내야한다. 그것도 1년이 지나면 보험비가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가 않다. 당장 임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험 가입 후 8개월이 지난 후 임신이 됐을 때는 보장을 해준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앞으로 또 사보험을 들어야 한다. 출산은 당연히 보장이 안되니 아이는 한국에서 낳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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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보험은 나이 때문에 안되고 voluntary 보험은 비자 기간때문에 안되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우리가 공보험을 정식으로 들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가 있다. 내가 학생이 되는 것이다. 나는 30세를 아직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보험 가입 요건이 되고 내가 보험에 들어있으면 가족인 남편도 함께 적용이 된다. 가격도 학생가격인 90유로. voluntary 상품은 180유로. 물론 한달에 내는 금액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듯 하다. 보험에 들겠다고 학교를 등록하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는 치료나 심리, 아동발달이나 보육철학에 대한 것인데 내가 있는 지역에서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찾기란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알아보니 슈투트가르트에 과정이 하나 있기는 하다. 발도르프 교육철학으로 선생님을 양성하는 과정이 (그것도 영어로) 있다. 사립이라 학비가 심하게 비싸다. 운 좋게 학생부부임을 어필해서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면 석사 3학기 전체 과정에 천 이백만원을 웃돈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재쳐두고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게 뭔지 따져봤을 때 이 길을 따라가도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 오고서는, '이제 공부는 지겨워'라고 실컷 놀거라고 다짐했었는데, 어쩌자고 학교를 또 알아보고 있는건가. 내 마음대로 여유롭게 시간을 쓰고 나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이 들어온다. 이거시간이 좀 아까운데? 이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걸까?

언제 갖게 될지 모르는 임신에 대한 걱정과 생계에 대한 염려와 자기개발에 대한 욕구가 뒤엉켜 물음표만 찍어내고 있다. 거기에다 두려움까지. 학교에 들어갔다가 또 엄청 힘들어지는건 아닐까. 내가 한 선택에 힘들어지는 순간이 올텐데. 여러의미로 나이를 들어가며 현실적이 되어간다. 선택은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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