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움즈기는 홍이네." 저희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이름입니다. 영어로 하면 Moving Home. 어느 일정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움직이는 집의 모습을 표현해본 것입니다. 저희는 당분간은 이렇게 살려고 하거든요.

결혼하고 처음 1년은 한국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가정과 다를것 없이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고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매월마다 출장나가는 박군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같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이런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이 곳에 뿌리를 내렸다간 남편만 들락날락하게 되겠구나. 안되겠다. 같이 움직이고 싶다'고 말이죠. 

집없이 움직이며 사는 것이 1-2년에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가서 살기로 결심한 이상 길어질 것 같았어요. 저희 두사람의 신념으로 1년만에 신혼 살림을 처분했고, 순수하게 '여름짐'만 들고 캄보디아로 이동했습니다.

집없이 사는 삶이란 물건들과의 싸움.

이제 1년을 기약했던 캄보디아 살이가 절반을 넘어 끝이 보일랑 말랑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 어디로 갈지, 얘기를 안할 수 없잖아요? 몇개월동안 해외에 나와 살아본 경험이 더해져 어떤 길로 들어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기대감이나 설레임만으로 이뤄지면 참 좋을텐데요. 한마디로 불확실한 미래의 연속입니다. 당장 내년에 어디서 지내야 할지, 집 없이도 괜찮을지, 과연 그게 가능할 일인지, 수 없이 많은 물음표가 넘어서기 어려운 히말라야 산맥처럼 저희 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두렵습니다. 걱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어요. 

하지만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불확실성의 파도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어요. 이것도 맛이라면 느껴본 사람만 진가를 아는 맛인가봐요. 무작정 안된다고 하지 않고 직접 부딪혀보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보기. 저희는 실험적인, 창조적인 삶을 선택했습니다. 

박군은 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해요. 어떤 학교가 좋을지 찾아보던 중에 네덜란드의 한 대학이 박군의 관심 분야로 활발한 연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 대학원 석박사 과정도 녹록하지 않은데 하물며 그 모든것을 영어로 해야한다니. 말리고 싶었지만 '하고 싶다'는 의지는 꺾어서는 안될 것이였어요. 지금은 캄보디아에서 아이엘츠 영어시험을 준비하면서 대학원 지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중입니다.

4개월안에 점수 내기란 쉽지 않겠죠. 일단 할수 있을만큼 캄보디아에서 준비해보고 내년에 한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올때까지, 학교가 붙을때까지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안되면 어떡하고?'라는 가능성은 한쪽으로 미뤄뒀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마음것 시간을 누리기로 했어요. 무엇에 압박감 느끼지 않고 원하는만큼 책읽기, 글을 잘써보고 싶으니까 느긋하게 글쓰기 연습, 영어를 잘 하고 싶으니까 테드로 영어공부. 여유가 주어지니 제가 하고싶은 것들이 좁혀지고, 삶이 이전보다 훨씬 간결해지는 느낌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무리하게 들고 온 짐도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하면서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최소의 삶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부부의 움직이는 집은 아직까지 순항 중입니다. 그리고 성숙해져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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