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밤답게 아침은 아침답게 맞이하기

난 별일이 없으면 일찍 잠에 들어. 저녁밥을 해먹고 설거지 거리를 담궈두면 씻는 타이밍이 오거든. 시원하게 샤워하고 침대에 한번 누워봐. 그러면 그 고슬고슬한 기분이 참 좋은거야. 게다가 요즘은 바람도 선선해. 약간 서늘한 바람을 저항없이 맞으면, 피부로 느껴지는 보송보송한 느낌이 좋아서 한동안 그렇게 누워있어.

밤은 밤답게 맞이하는 것이 나는 좋아. 동남아의 뜨거운 햇살이 진 후 찾아오는 저녁은 햇살의 기운이 온데간데 없이 적막해. 변변찮은 빛조차 밝히지 못하는 지배적인 어두움이 좋아. 저녁은 저녁답게. 나는 불도 다 꺼놓고 가만히 밤을 즐겨. 핸드폰을 눌러 시계를 보면 일곱시 반밖에 되지 않았지. 아직 나의 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배를 깔고 누워서 소설을 읽거나 영어로 된 낯선이의 영상을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 내 눈이 어두움에 익숙해질무렵 내 속에서는 스위치를 끄는 것같이 한순간에 잠이 찾아와. 나는 정신없이 베개를 찾아 머리를 누이고, 남편은 뒷정리를 해줘.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책이나 핸드폰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침대 주변으로 둥그렇게 모기장을 쳐줘. 가끔씩 아직 축축한 내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선풍기 바람에 말려주기도 해. 항상 내가 먼저 잠드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지켜보는 기분은 참 근사한 것 같아.

아침은 저절로 눈이 떠져. 태양이 온마을을 다 밝히는 다섯시 오십분쯤. 여섯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듣기도 전. 오늘도 잘 잤구나. 새로운 아침의 시작 두 팔 활짝 벌려서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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