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첫출발, 옷을 줄였다

요즘 정리 열풍이 불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정리 여왕' 곤도 마리에의 강의나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사람들이 그동안 정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만 해도 그렇다. 집에 물건이 넘쳐나는데, 가지고 있는걸 관리하는 소질은 없고, 있는데 자꾸만 다른걸 또 산다.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같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 '최소의 삶'은 단순히 '정리 잘하자'가 아니라 삶의 태도,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꼭 필요한 물건들만 남기고 삶을 단순하게 만들자는 자발적인 태도. 나도 따라해보기로 했다.

먼저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보여주는 많은 유투브들을 참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조언은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라"는 것. 나는 옷부터 줄여보기로 했다. 옷장에 아무렇게 박혀있던 옷들을 모두 침대 위로 펼쳐보았다. 나는 캄보디아로 오기 전 가지고 있는 여름옷은 몽땅 싸가지고 왔었다. 그러다 보니 무슨 옷을 가지고 왔는지도 사실 잘 몰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길고 긴 이 여름이 8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가지고 있는 여름옷의 전부를 하나씩 펼쳐보고 수첩에 적어봤다. 티셔츠는 12장 정도, 셔츠는 7개 정도, 카디건만 4개, 탱크탑만 10개, 블라우스는 6개, 원피스는 5개, 치마는 3개, 바지는 긴바지가 7개, 반바지가 3개, 운동복은 상의만 4개, 하의 1개... 총 60벌정도? 으악. 이렇게 옷이 많았다니! 신발은 운동화만 3켤례, 샌들이 1개, 플랫슈즈가 1개, 아쿠아슈즈가 1개다. 가방은 매일 사용하는 빨간 백팩, 가끔씩만 쓰는 크로스백이 전부. 적다보니 옷이며 신발이며 왜이렇게 많은지.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중에 아직 한번도 안입어본 옷이 1/3은 될 것 같았다. 

나는 꼭 필요한 옷/신발/가방을 골라 33개만 추려보기로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름하여 333 프로젝트! 33개의 아이템을 골라서 3개월간 살아보는 거다. 나는 이 길고 긴 캄보디아 여름이 끝나기 전, 내년 2월까지 기한을 5개월로 정하고 33개의 아이템을 골라봤다.

티셔츠-6개, 셔츠-4개, 카디건-3개, 탱크탑-2개, 블라우스-1개, 원피스-4개, 치마-2개, 바지-5개, 신발-4개, 가방-2개. 총 33개.

이 33개의 아이템을 제외하고 나머지 옷들은 텅텅 비어있는 케리어에 몽땅 집어넣고 눈 앞에서 치워버렸다. 그렇게 3주가 흘렀다. 3주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치워버린 옷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문제 없이 잘 입고 있었다. 지내다보니 가지고 있는 33개도 많게 느껴졌다. 

짧게나마 미니멀한 삶을 경험해보니 그나마 추린 물건들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중에서 한 10개는 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 필요하지 않았던 옷들은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갈 생각이다. 지금 잘 입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내년 3월,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정리하는 일이다. 작년 신혼짐을 싸면서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뒀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서 최소의 삶을 알게 되었으니,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면 가지고 있는 짐들도 최소한의 것, 꼭 필요한 것만 남겨볼 생각이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