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4일

   5시 45분. 알람을 듣지 않고 깼다. 밖에서는 빗방울이 지붕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인피니트.. 그래, 내가 별로 알지도 못하는 아이돌 그룹이 꿈에 나왔었는데 그 아이돌 그룹과 함께 긴... 줄을 기다렸다. 그건 밥먹기 위해 선 줄이었다. 내 뒤로는 인피니트의 열성 팬이 서있었는데 싸인을 받을까 말까 엄청 망설였다. 인피니트의 얼굴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처럼 눈을 잘 못맞췄다. 꿈에서 생각하길,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하고 좀 다르네 생각했었다.

   꿈에서 눈 뜨자마자 침대 옆 협탁위에 놓인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눈꺼풀이 아직 무거운데 한글자씩 적다보니 잠에서 깨고있고 생각이 깨끗해진다. 내가 부시럭대니까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남편이 깼다. 내가 방구를 뽀옹, 몰래 꼈는데 남편이 들었는지, "뭐라고?"라고 한다. 이런.. 그러더니 "여보가 꿈에서 중국어 강의를 했어"라고 한다. "나는 방금 그 소리가 중국어인 줄 알았어."라고. 허허..

   어제도 일찍 잤다. 8시가 넘으면 책읽기도 힘들다. 누워서 책을 읽으면 그렇게 잠이 솔솔 온다. 한참 읽다가 졸리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덮어버리는 것이다. 어제는 글쎄, 8시 반정도에 잤을까. 9시간. 징그럽게도 많이 잤다. 대신 아침에 눈은 뾰로롱하고 쉽게 떠지는 편이다. 알람이 필요없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가끔씩 개울음, 닭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와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에 깨기도 한다. 

   나는 아침이 좋다. 고요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사실 저녁도 방해받지 않는 건 똑같지만 저녁은 하루동안의 감정, 그 억눌렸던 힘듦이 여전히 나를 누르는 느낌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괴로움이 저녁에는 그대로 남아있다. 샤워를 하면서도 오늘 하루 힘들었던 생각을 하고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말릴때도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기분을 바꿔봐야 할텐데"이다.

   아침은 다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다시 제로베이스가 된다. 머릿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이 분류되어 서랍안에 들어가버렸는지 탁자 위에 어떤 물건도 없이 깨끗한 그런 느낌이다. 생각이 나를 힘들게는 하지 않는다. 말끔하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남편은 이제 일어나서 침대머리에 기대 핸드폰을 보고있다. 이렇게 빨리 일어난 경우는 드문데 아마 어제 내가 잠에 들고 나서 같이 잠들었나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같이 12시, 1시를 넘겨 잤었는데. 아침이 정말 괴로웠다. 남편이 출근해야하니까 나도 덩달아 일어나서 비몽사몽... 저녁에 그렇게 늦게 잘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말하기가 손아프다. 퇴근도 늦고 밥먹으면 9시. 씻고 어쩌고하면 자연히 늦어지게 된다. 잠자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제 잠들기 전 캄보디아를 떠날 때 내가 잘 안입는 옷들과 목라인이며 옷이 실컷 늘어진것들을 버리든 누구 주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입고 있는 이 파란색 셔츠도 너무 자주 빨아서인지 다 늘어나버렸다. 뜨거운 햇볕에 색깔이 다 바래버린 옷도 있다. 분명히 진한 분홍이였는데 이제 연분홍이 되어간다. 이런거 저런거 다 정리하면 정말이지 몇벌 안남을 것같은 느낌이다. 흰색, 회색 티셔츠 몇장 사서 옷장에 추가하면 되겠다. 여기에서는 연중 여름이니까 옷이 자꾸만 헐어버린다. 아, 최근에는 약간 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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