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6일 - 프놈펜 일일 자전거 여행

   밖에 비가 온다. 내 느낌에 몇시간 째 오고 있다. 어제 하루종일 구름이 껴있더니 드디어 새벽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쏟아져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구름이 많았고 바람이 불어댔는데 이제야 쏟아진다. 비도 쌓여야 쏟아지나보다. 구름 속의 습기가 가득가득 차올라서 잔뜩 무거워질 때 비가되어 쏟아지나보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해를 가리다가 더 차올라서 고형의 물질로 바뀌어 표출되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눈물이랄지, 분노랄지.

   어제는 프놈펜 일일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 동북쪽으로 쭉 가다가 일본다리를 건너서 한참 올라다가보면 작지않은 섬과 연결해주는 배가 있다. 그 배를 타고 "꼬닥섬"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섬 한바퀴를 돌고 집에 오는 코스였다. 예상 코스길이는 45km였는데 결과적으로 56km를 탔다. 집에서 프놈펜 섬 끝까지 왕복 56km. 얼마나 오랫동안 안장 위에 앉아있었던지 엉덩이는 헐어버릴 지경에 허벅지 근육은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고통이 무르익어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 이를때까지 쉼없이 패달링을 했다.

   사실 집에서 일본다리까지 10km를 밟았을 때 다리는 이미 후들거렸었다. 이대로 아침 쌀국수를 한그릇 비우고 돌아가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계속 가다보니 배가 나오고, 배타고 섬에 내렸더니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섬은 좋았다. 프놈펜이 매연 먼지 가득했던 것에 비해 확실히 숨쉬기가 편했다. 양쪽 들판에 펼쳐지는 파란 들판. 평화롭게 풀을 먹는 소. 하얀 소의 피부가 흰 도화지마냥 깨끗했다. 가다가 말을 몇마리 마주쳤는데 어찌나 건강하고 불그스름한 결이 고운지 가서 만져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고 지나가다 만나는 주민들 인심도 좋고. 특히 아이들이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방방 뛰면서 인사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손을 흔들면서. 참 기분 좋은 경험이다. 딱 한가지 빼고. 목적지에 드디어 도달했을 때 자릿세며 밥값으로 20불을 내라는 한 아주머니의 횡포에 질려서 점심도 못먹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기운없이 패달을 밟다가 과자하나 사먹을까 들린 작은 슈퍼 할머니는 친절하고 인정많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1500리엘(한화 300원?)짜리 라면을 끓여주실 수 있냐는 나의 무례한 질문에 호호 웃으시더니 알겠다고 앉아서 놀고 있으라고 하신다. 잠시 후 등장한 300원짜리 점심 라면. 정말 게눈감추듯 먹어버렸다. 밥도 한덩이 얻어와 말아 먹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원(?) 정도의 팁을 드리니 호호 쑥스럽게 웃으신다.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게다가 길도 험했다. 진흙탕과 돌밭길을 넘느라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았다. 한참 오프로드로 가다가 시멘트 바닥을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하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곧 자갈밭과 돌밭으로 바뀌었다. 어쩔 수 없다. 계속 가야한다. 찢어질 것 같은 허벅지에 힘을 실어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돌아오는길. 지쳤다.

열심히 달려준 자전거.


   허기가 진 우리가 프놈펜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한국식 치킨을 파는 본스치킨. 에너지를 보충하겠다는 열망으로 말없이 여기까지 온 우리에게 치킨은 훌륭한 영양제였다. 맛있는 음식을 한껏 먹으니 이제야 여기까지 사고없이 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로 세게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나도 한번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꿈이 완전이 없어진 것은 아니고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호주로 한달정도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제 내가 갔던 거리는 56km. 보통 자전거 여행자들이 하루에 가는 이동거리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어떤 자전거 여행자들은 하루에 100km 이상을 간다던데..) 그걸 매일 매일 탄다니. 하루 체험했을 뿐인데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 상태가 좋으면야 쭉쭉 가겠지만 험한 도로라면 오늘같은 끔찍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여행을 갔으니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게 아닌가? 와.. 자전거 타기는 현실이다. 근육이 좋아야 수월한 일이다.

   자전거에 체중을 올리게 되는 양 팔의 근육과 쉼없이 밟아대야하는 허벅지 근육이 튼튼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내년에 자전거 여행을 가게될지 모르겠지만 떠나게 된다면 적어도 세달 전부터는 근육을 만들어야겠다. 60km한번 타고보니 운동할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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