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시작 Morning pages project

   저 멀리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닭은 새벽인줄 어떻게 알고 우는 걸까. 시간이 되면 어떤 본능이 꿈틀대는 걸까. 아니면 개들처럼 누구 하나가 울기 시작하면 따라서 우는걸까? 제법 비슷한 시각에 이 동네 사람들을 전부 깨워주는 닭우는 소리를 들으면 참 신기하다.

   6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주변이 환하다. 우리 침실 머리 위로 큰 창이 나있는데 바로 환한 하늘이 보인다. 가끔씩 새들이 앉아있다 가기도 하는데, 지금 내 두 귀에 참새같은 것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삐약대는 것 같기도 하고 높은 음이라 뭔가 즐겁게 들린다. 얘네들 저녁엔 어디에 가있다가 아침에 모였을까? 잠은 어디에서 자나. 간밤에 비도 많이 왔는데.

   아닌게 아니라 4시간 넘게 비가 왔다. 그 때문에 정전도 몇번이나 됐었다. 비는 온 하늘을 여백없이 꽉 채워 내리는데 새들은 어디서 쉬는걸까? 나무 밑에 있어도 다 젖을텐데. 서로 군번을 정해서 남의 집 처마 밑에 몸을 맡길까. 아니면 새들이 단체로 쉬는 비밀 처소가 있을까?

   어제 저녁에 남편이 끓여준 감자 된장국이 떠오른다. 진짜 맛있었는데. 내가 감자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감자볶음도 해줬다. 확실히 요리를 잘한다. 솜씨좋은 남편을 만난건 참 축복이다. 요리하는 남편은 멋지다. 참 신기하다. 서로 다른 면을 지녔다는게. 그 다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나는 몰스킨 덕후인데 어제부로 덕질을 배신하고 새로운 플래너를 들였다. 호보니치 테쵸. 으악. 비싸기도 비싼데, 나 요즘 왜 이럴까. 몰스킨 2017 다이어리를 주문했는데 그걸 아직 받아보지도 않고 호보니치에 빠져버렸다. 내 손을 거치지도 않은 몰스킨 다이어리는 곧바로 남편에게 양도다. 스트레스가 이런 식으로도 표출되나? 좀 과한 금액인데 종이의 질이며 플래너 구성이 몰스킨보다 낫겠다 싶으니 이건 꼭 사야한다는 어떤 내 안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뭐 어때. 잘 써야지.

   요즘 좀 바쁘다. 심하게 바쁘다. 며칠걸려 몇사람이 끝낼 일을 하루에 하고 있다.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다시 쓰고 곧 포토샵으로 후원카드도 300장 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 번역해서 카드 뒷면에 붙이기도 해야한다. 그런데 11월에 단기팀만 세팀. 12월 초에 오는 단기팀 손에 우편발송을 모두 마치면 심신이 지쳐있겠다. 요즘은 불평 없이 하는 편이다. 한번 불만이 터지면 정말 괴로워서 불평은 안된다. 건강에 좋지 않다.

   시간제한 두지 않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펜을 잡았다. 두 페이지를 채워보려고. 아침 글쓰기가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를 또렷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인가? 읽었던 현경 교수의 '미래에서 온 편지'를 줄쳐가며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virgin diary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공책 3장을 의식의 흐름 따라 쭉 적어가는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그때 참 멋져 보였는데.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일단 두달간 해보려고 한다. 2016년이 끝나가는 것도 아쉽고, 일기장 여백은 아직 넉넉하니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 글쎄, 지금 눈뜨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벌써 30분이나 훌쩍 지났다. 아직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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