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9일 - 호보니치의 도착

   호보니치 다이어리가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캄보디아까지 꽤 멀텐데 나쁘지 않은 배송기간이다. 사이즈도 두께도 색상도 모두 마음에 든다. 2017년부터 쓰는거라 지금 당장 쓸 공간은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계속 만지작거렸다. 일단 공휴일부터 표시했다. 그리고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생일 표시. 2017년 달력을 보고 있자니 내년이, 스물아홉의 삶이 현실로 느껴진다.

   호보니치는 커버가 다양하다. 가장 저렴한 나일론 제질(?)에서부터 고급 가죽 제질까지 가격대도 천차만별. 잘못하다간 속지 가격의 세배가 넘어서기도 한다. 나도 중간 가격대와 가장 저렴한 가격대 중 고민하다가 저렴한 걸로 골랐는데 나름 색상도 화사하고 제질도 좋고 잘 고른 것 같다. 가죽이며 천 커버는 심하게 비싸다.

   일주일 동안 소포가 언제오나 기다렸는데 이런 기다림이 참 재미있었다. 타국에서 택배를 기다리는 즐거움이랄까. 게다가 해외배송은 처음이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잘 올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소포가 도착하면 프놈펜 우체국에서 전화가 오는데, 늘 같은 여직원이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소포 번호를 알려주고는 찾아가라고 한다. 그 전화를 받으면 프사트마이 근처에 위치한 프놈펜 중앙우체국으로 소포를 찾으러 가면 되는 것이다. 캄보디아에도 안전하게 소포가 오는게 새삼 신기했다.

   내년이 기대된다. 꼭 예쁜 다이어리를 장만해서라기보다 스물아홉의 매달이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우리가 지금 바라고 있는 그곳에 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을 안하고 내 좋을대로 하루하루 보내는 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보다 더 게을러질수도 있겠지만 통제 밖의 나, 제도권 밖의 나는 기대된다. 살면서 가족외에 소속되지 않아본 적은 처음이겠다.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고 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들어갔고 대학원에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고 일을 정리하고 캄보디아에 와서도 계속 일을 해왔다. 

   여기에 와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고민과 어려움에 보딪히긴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글을 잘쓰고 싶은 열망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매달 두회씩 소식지를 쓰고 편집하면서 그런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설교번역같은 걸 하면서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해동안 알게된 것은 내년에 쭉 이어가면서 커리어로 바꿔볼 수 있을지 시험해볼 생각이다. 글은 글대로 번역은 번역대로 적극적으로 찾아 해보려고 한다. 불안하지만 나를 믿어줘야지.

   여기까지 써놓고선 한참 가만히있었다.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참! 다음주는 캄보디아 물축제가 있는 주다. 나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처럼 쉰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는터라 정말 기대하고 있다. 아니 물축제만 바라보고 한달 두달 버틴 것 같기도 하다. 일하느라 바빠 아직 못가본 곳이 너무나 많다. 3박 4일동안 놀고 먹고 남편과 시간 보내면서 다시 재충전할 수 있겠지. 그 전에 어서 감기가 나았으면 한다.

오늘은 한장을 다 채우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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