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13일 - 끼리룸 여행

   눈을 떴는데 새벽에 비가 많이 쏟아졌는지 안방과 거실 바닥에 물이 들어와있다. 꽤 많은 비가 방을 어지럽혔지만 이제 놀라지도 않는 걸 보니 이곳 생활에 적응했나보다. 어차피 두면 금방 마른다. 신경 안써도 된다.

   창틀에 빗물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창문이 땀일도 흘리는 것같이 보인다. 창틀 너머로 참새들이 지저귄다. 작은 몸에 쉼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 도도도도하고 자기 몸을 긁어댈땐 몸에 진동이 켜지는 것만 같다. 즐겁게 바라보았던 두마리 참새가 바닥으로 추락하듯 시선에서 사라졌다. 창문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들어온다.

   어제 그룹홈 아이들을 인솔해서 끼리룸 자연 공원(Kirirom National Park)에 다녀왔다. 공원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공원을 떠올리면 안된다. 넓게 펼쳐진 푸르른 나무 사이로 흙길을 한참 달리다보면 꼭대기에 폭포가 펼쳐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수영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깜퐁수프(Kampong Speu) 지역에 위치한 끼리룸은 프놈펜에서 약 100km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길이 좋지않아 어젠 편도에만 3시간이 걸렸다. 도착해서 4시간 남짓 놀고 왕복 이동에만 6시간이 넘은 것이다. 그것도 12인승 봉고차에 14명이 타고. 정말 괴로운 이동시간이지만 나들이를 할 수 있어서 아이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끼리룸 꼭대기에 위치한 폭포.

물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 가득하다.

물에 들어가면 모두 아이처럼 웃는다.

날씨도 바람도 소리도 참 좋다.

   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인 프놈펜을 벗어나 푸르른 나무숲을 보더니 탄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끼리룸은 산 전체인데 산 입구에 진입하더니 양 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나무를 보고 아이들은 좋다고 소리를 막 지른다. 센터에선 볼 수 없었던 아이들다운 밝은 미소가 숨길 수 없이 만연히 들어났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서 지어지는 자연스러운 미소이다. 아이들은 폭포에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몇번이나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다. 자연 한가운데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터져나온다. 너희들 지금 행복하구나. 나는 그 순간을 붙잡고싶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