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15일 화요일 - 물건을 산다는 것

   물건을 사는 것은 쉽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사기는 더 어렵다. 근래들어 나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유투브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몇가지 물건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카메라에 호소하기도 했다. 저렇게 적은 물건으로도 사는구나 싶으니꺼 새삼 내가 거진게 캐리어 하나에도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물건을 계속 산다. 최근에는 2017년도 다이어리를 샀고 어제는 텀블러 콜드컵을, 민무늬 검정색 회색 반팔 티셔츠도 두장이나 샀다. 남편이 진지하게 물어본다. "옷장을 비운다더니 거기에 옷을 사서 더한다는 뜻이였어?" 옷장의 규모를 줄이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눔을 하더니 티셔츠를 다시 사는 나를 보고 남편은 황당해했다. 불필요한 옷은 덜고 꼭 필요한, 잘 입는 옷을 가지려는거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나의 소비가 적절했는지 자문하게하는 물음이었다.

   가지고싶은 물건이 내것이 되었을때의 기쁨은 아주 짧다. 물론 어제 샀던 텀블러를 쓸때마다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그건 앞으로 남은 날들에 비하면 스쳐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소비를 하기 전에 이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내가 이것을 사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건을 샀을때의 기쁨은 마치 중독같이 다른 물건을 사들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폰 7을 갖고싶어 안달나있었지만 몇 주간 고심한 끝에 지금의 4년된 노트2를 계속 쓰기로 결정했다. 당장 핸드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여분으로 각각 한대씩이나 있는데 새걸 살 이유가 사실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써보고 싶다고 구입하기에 아이폰은 지나치게 비싸다. 게다가 나는 핸드폰 사용을 지양하려는 사람인데 고가의 핸드폰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던 것이다. 내 가치관과 반대되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구입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단념하기까지 (남편이 특히) 괴로웠지만 지금의 선택은 이 선택대로 존중하기로 했다.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고심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내가 이 물건을 샀을때 내면에 어떤 생각이 들 것인지, 나를 돋보이기 위함인지 들어내기 위함인지 꼭 필요해서인지, 깊이 생각하는것 자체가 소비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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