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30분 글쓰기:: 11월 19일 - 그 오토바이 아저씨

   어제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참 친절했다. 가격 흥정을 하지도 않고 내가 제시한 가격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려줬고 행선지가 맞는지 두세차례나 확인했다. 출발을 하는데 여느때랑 다르다. 천천히 간다. 많은 오토바이들이 우리를 앞질러갔다. 고가를 넘을때는 조심스럽게 살며시, 사뿐히 천천히 넘어간다.

   바타낙 빌딩 근처에 오니까 징그럽게도 막히기 시작한다. 깜빡하고 출근할 때 마스크를 못썼는데 멈춰서 쓰기 어려운 깊숙한 곳에 쑤셔박아둔 것 같다. 매캐한 연기가 콧구멍을 찔러 머리가 아파온다. 순간 아저씨가 횡선지를 틀더니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아저씨에게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고 손짓하자 돌아서가면 좋다는 손신호를 보여준다. 

   잉? 이번에는 가다가 멈춘다. 주머니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아까부터 울려대는 전화를 받으신다. 그동안 많은 모또 아저씨와 오토바이를 타봤지만 전화를 받으려고 운전을 멈춘 사람은 처음이다. 왠지모를 미소가 터져나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급히 입은 일회용 비옷 내부는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물기로 축축해져 오는데. 어마어마하게 막히는 도로는 뚤릴 기미가 안보이는데. 아저씨의 행동이 너무 조심스럽고 소박해서 뒤에 앉아있는 나는 미소지었다.

   저 멀리 목적지가 보였다. 저기에 가고 싶다고 말하니까 한 다섯버는 확인하신다. 그러니까 저기라구요? 저기 맞죠? 저기? 저기 앞에서 내릴까요? 물론 말은 없이 손짓으로만 확인한거지만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드디어 도착. 약속한 2불을 내밀자 아저씨는 미소지으며 받으셨다. 잠깐이었지만 아저씨의 얼굴에는 성취감일지 만족감같은게 스쳐 지나갔다. 이 막히는 길을 뚫고 어떻게 다시 집으로 가실꼬. 돌아가는 길도 천천히 느긋하게 운전하시겠지.

   캄보디아 모또 아저씨들은 대부분 이렇지 않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 막히면 막힌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졌다고 온갖 거리를 들먹이며 비싸게 받으려는 아저씨들이 많다. 초반에는 진짜 '못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요새는 '아저씨가 지금 일하기 싫으시나보다'쪽으로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아무리 돈을 버는 사람이라도 비가와서, 너무 머니까, 너무 막히는 구간이니까 가기 싫을 때가 있을거다. '내가 돈을 준다는데 왜 안가?'는 식의 손님의 태도는 갑질이다. 사람대 사람으로 감정 상하는 일 없이 대하는게 더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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