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빨기

카페 일을 하면서 내 인생 스물 아홉 먹도록 행주를 제대로 빨아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주를 빨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어설프게 물을 묻혀 목적없이 조물조물대는 나를 보고 일을 알려주는 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일 해본적 없구만."

하핫. 어색하게 웃어넘기기엔 처음해보는게 너무 많았다. 이것도 어색, 저것도 어색. 나중엔 언니에게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던데 그말이 딱 맞다. 모든 일을 배우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전문가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행주를 빨면서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쉬운게 하나도 없는거다.

보는거랑 직접 해보는거랑 또 다르다. 언니가 행주를 빨 때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길쭉하게 행주를 늘여서 팍팍 세게 쳐대고 뒤집어서 두번 쳐댄다. 물을 틀고 행구는 것도 일정한 동작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고 효율적이다. 쓸모없는 동작이 없다. 이번엔 내가 본대로 해보려고 행주에 물을 적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하고 손놀림하고 따로논다. 뇌는 바쁘게 움직이는데 손은 둔하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허둥지둥대느라 일할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익히느라 나사가 하나쯤 빠지지 않았을까? 내일은 더 나아지리. 행주가 요즘은 참 새롭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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