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일하면서 하는 인생 공부

카페에서 일하다보면 손님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나가고 점점 뜨문뜨문 오는 타이밍이 있다. 그럴때 여지없이 하는 일이 잠깐의 수다. 길지도 않다. 한 20-30분 정도. 그때그때 주제는 다른데 몇일 전 주제는 '보험'이었다.

  카페 사장언니와 다른 언니들 모두 나보다야 세상풍파를 더 모질게 겪은 분들로 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었고 그 경험을 근거로 내게 강하게 설득했다. 스물아홉 이 나이 먹도록 보험을 들어본 적도 없고 사실 관심도 없었던 터라 나는 적지 않은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아직도 안 들고 뭐했는지, 왜 결혼 전에 이런 거 하나 준비하지 못했는지, 그동안 인생 공부 안하고 도대체 뭘 공부한 건지 언니들은 나를 놓고 도통 이해를 못했다. '하하하. 그러게요. 나 진짜 이 날까지 뭐했을까.' 겸연쩍게 웃는 것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보험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왜 그동안 이런 보험에 관심이 없었냐고 물어본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누구도 나에게 '보험은 필수이고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이처럼 강력하게 말한 적이 없었다. 20대 초중반 나는 돈이 없었고, 향후 몇년간은 또 없을 예정이었다. 결혼을 하고 살림을 꾸렸을 때는 밖을 싸돌아다닐 생각으로, 즉 떠돌이 방랑자 생활 예약이라 보험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감각이 없으니 남편도 딱히 심각함을 못느꼈던 것 같고. 이래저래 고개를 들고 보니 벌써 스물 아홉이 됐네?

  아, 당장 뭐라도 하나 들어놓을까 보다. '그리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지해선 안 돼'라고 비장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던 언니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래, 하나 정돈 이십대에 해놓을 수 있지 않겠어? 이십대가 다 지나갈 무렵, 아직도 나는 세상물정 모르기론 20대초반 아이들 못지않다는 것을 느낀다. 안 돼지, 아무렴. 이제 서른이 코앞인데. 보험이나 들어야겠다. 그리곤 절대 해지하지 말아야지. (완전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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