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받지 않기로 선택한다

집 없이 떠돌고 있고 지금은 형님과 아주버님 댁에서 얹혀살고 있는 우리 부부. 다니던 직장까지 정리하고 유학을 준비하려고 학원에 다니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내조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아내. 

  요즘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언니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 그 누가 우리 상황을 봐도 '너 진짜 괜찮겠냐?'고 걱정과 염려 섞인 질문을 한다. 이해한다. 우리의 지금 모습이 불안정해보이고 심각하게 위태로워 보인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렇게 물어봐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인간적으로, 정말 와 닿는다.

  상황에는 '이미' 처해있고 나 또한 이렇게 되도록 선택을 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상황을 어이없이 보고, 혹은 배꼽잡고 웃으면서 받아치는 것과 둘째로 비관하고 좌절하면서 더 깊은 우울로 잠기는 것. 

  나는 아주 단순하게 첫 번째를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값도 못하는 잘난 학위며 경력을 내려놓고 가볍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 불안정한 생활에 활기를 가지고 살 수 있다. 나에겐 아직 퐁퐁 샘솟는 희망이 있고 이 모든 것을 함께 견딜 든든한 동반자가 있으니까. 이 두 가지를 가진 것만으로도 어쩌면 모든 것을 다 가졌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42.195킬로미터 마라톤을 달리면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되풀이하며 외운 구절이다. '힘들다'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서 이건 못 하겠다'인지 아닌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는 꽤 똘아이같은, 괴짜 같은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이 길을 선택했고 이 레이스를 즐길 것이다. 사랑스러운 남편과 함께, 두 손잡고 뛰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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