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02] 도망치자 이 생각에서

내가 일하는 ngo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소식지가 나간다. 소식지에 실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은 내가 맡은 일이다. 3월부터 지금까지 벌써 6번의 소식지가 발행됐고 이제 7번째 소식지를 쓰고 있다. 한달에 두번. 숫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한달 내내 소식지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발행일은 빨리 돌아온다. 지부장님께 제출하는 순간 다음호 준비가 시작된다.

소식지를 쓸 때면 어디선가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 "아무도 안 읽는데. 삽질 꽤나하고 있구나." 사실 이 일을 시작하고 소식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독자가 있긴 한건지 의문이다. 아무도 안 읽는 것 같다. 읽는 사람의 피드백이 쓰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데. 어디선가 한 두명 쯤은 읽겠지 싶다가도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를 못한다. 금방 맥이 빠지는 것이다.

도망쳐야 한다, 이 생각에서. 내가 쓴 글을 읽고 누군가는 관심을 갖겠지 하면서. 대단한 일을 하지 않지만 자신의 일을 대단하다 여기고 꾸준히 묵묵하게 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고 느낀다. 나는 완전 발악을 하는데. 뭐든지 묵묵히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한달에 두번, 1년에 24번. 이제 7번째까지 왔다. 내년에 뒤돌아 봤을 때야 하나씩 쌓아올린 경험에 감사하겠지만 당장 이번달, 이번호 소식지에 발이 묶여 있다. 압박받지 말아야지. 이 생각에서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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