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엄마의 운동이란

세상에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은 것이 최근에 한인교회에 등록해서 친하게 지내게 된 두 자매들이 우리 집과 걸어서 10분 반경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역 만 리 타국에서 동네 친구, 그것도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니 엄청난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거국적으로 이 친구들에게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걷기 운동을 제안했고 우리는 일명 '다이어트 클럽'을 만들어 2주째 무려 주 4회 이상 만나며 동네 근처를 걷고 있다.

모유수유 비중을 줄이고 분유를 주로 주게 된 시점과 맞물려 나에게 외출의 자유가 생긴 것이다. 저녁 6시쯤 하니를 재우고 남편과 저녁을 잽싸게 먹은 뒤, 하니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저녁 7시, 나는 홀홀단신의 가벼운 몸으로 다이어트 클럽 멤버들과 만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몸무게는 1kg도, 아니 단 500g도 빠지지 않았지만, (도대체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 저녁노을을 온몸으로 맞으며 하하호호 웃으며 걷는 이 시간이 나는 너무 좋다. 걷기 코스도 벌써 4-5군데를 만들어두었는데 내가 사는 곳 근처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자 셋이 모여 꽃 피우는 수다도 상당해서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참으로 걷기 좋은 독일에 살고 있다

걷다 보니 걷는 게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된다. 첫 번째 날은 운동을 다녀온 후 완전히 뻗어버렸는데 갈수록 활력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 든다.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 했는데. 이 멤버들을 알기 전이었다면 절대 아기를 남편과 두고 혼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출산 후 100일은 산후조리로 몸을 사리기 위해 운동을 자제한다고 했지만 그 자제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 내 행동반경은 줄어들어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에 가는 것이 굉장한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육아 퇴근 후 이미 에너지는 방전되어 거기서 뭔가를 더 한다고 마음먹기란, 애엄마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2주쯤 지속되고 있다.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치 기적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애엄마에게 운동은 기적과도 같은 일인가. 놀아본 놈이 놀 줄 안다고, 운동 좋은걸 경험한 나, 부디 전과 같지 않길. 다이어트 클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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