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주말외출에서 찾은 위로

하니와 주말 외출은 나가기 전 숨 고르기와 큰 마음을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가는 타이밍은 아기 밥 먹인 후부터 1시간 내, 하니가 슬쩍 졸음이 오기 시작할 때 유모차에 태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여유가 있다면 공원 산책 코스를 넣어 한바퀴 쯤 콧바람을 쐬지만 여하튼 우리의 종착역은 늘 카페와 슈퍼다. 기껏 주말에 나간다는 곳이 슈퍼나 카페라니 소박하기 그지없다. 다음 주 이유식에 쓸 재료와 우리가 먹을 과일과 채소를 골라야 하고 하니가 먹을 분유도 사야 한다. 주중에 육아를 하느라 나는 주로 집에 있고 장은 남편이 봐오기 때문에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장바구니에 담는 재미를 느끼려면 주말밖에 기회가 없다. 

젖병 두개와 따뜻한 물, 분유를 담을 통을 챙기고 기저귀 파우치까지 가방에 넣으면 준비는 마친 샘이다. 바깥에 나간다고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화장도 해본다. 옷장 앞에 서서는, 나는 옷이 없네 배가 나왔네 살이 쩠네 어쩌네 차례대로 의례적인 의식을 거치고, 결국에 손에 잡히는 대로 주워 입고 하니를 둘러업는다. 남편은 지층 현관에 접어놓은 유모차를 들고 계단 아래로 내려가 하니가 앉을 수 있게 펴준다. 유모차에 하니를 잘 앉히고 브레이크를 떼고 유모차를 끌고 내려가면!! 자유의 바람이 솔솔 나를 반긴다.

하니가 Wanne(요람) 타던 시절. 운전은 남편이 잘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유독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은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저 아기는 요람에 누워 있구나, 저 아기는 신생아 울음소리를 내는구나, 저 아기는 하니보다 크네, 혹은 하니랑 비슷한 월령이네, 등등. 모든 아기는 하니를 기준으로 경험을 해본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의 아기로 구별된다. 하니보다 더 큰 아기를 볼 때는 저 아기의 발달과 성장이 마냥 신기해지며 하니보다 작은 아기를 볼 때에는 아기의 작고 귀여움에 압도된다. "우리 하니도 저렇게 작고 귀여웠나." 그 시절의 하니가 아주 먼 추억 속의 아기인 것처럼 애틋하다.

하니만한 월령의 아기를 안고 있는 부모들은 어김없이 서로의 아기가 몇 개월인지 물어본다. "Wie alt?"  아기가 크다, 귀엽다, 머리카락이 정말 많다, 쭉쭉 뻗었다, 정말 머리카락이 검다, 이런 이야기들은 하니가 듣는 단골 멘트. 코멘트에 응답하고자 나도 어떻게든 상대방의 아기의 특징을 잡아 화답을 해주는 편이다. 유럽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정말 하얗기에, 머리카락이 하얗다, 정말 예쁘다, 튼튼하다 등등... 아기를 매개로 Smalltalk을 나누는 부모들의 표정은 밝다. 어디든 아기 부모는 공통의 관심사로 통하는 듯하다.

독일 할머니들이 하니를 만났을 때 자아내는 반응도 참 재미있다. 하니가 유모차 커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면, 무려 허리를 숙여가며 아기를 보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Oh Süß... 호호호. 어쩜 저렇게 귀여울꼬. 아기의 달콤함에 녹는 할머니들의 행복한 반응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수줍게 Danke를 날려드린다. 아기는 경계심을 허물어뜨린다. 그야말로 무장 해지.

 


 

일상 속에서 언제나 아기 밥을 주고 아기를 돌보는 일에 내 최우선을 주다 보면 주말만큼은 한번쯤 애쓰지 않아보고 싶어 진다. 그럴 때 나는 남편과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 라떼 한잔을 시켜놓고 카페에 오고 가는 손님들을 구경한다. 오고가는 익명의 무리들 틈에 나도 어느새 익명의 사람이 되어 잠시 단조로웠던 일상에서 슬그머니 벗어난다. 

하니에게 집중된 내 시선을 잠시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밀집되어있는 나의 내적 긴장감이 누그러진다.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이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힘겹게 밖으로 나와 커피를 한잔 꼭 해야만 하는 이유는 스스로 찾은 자기 위안일까.

단골 카페는 아기와 함께 방문하는 부모들이 단골로 삼기에 적합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유모차를 끌기에 편한 자동문이며 널찍한 테이블 사이의 폭. 무엇보다 달콤한 디저트류와 향 좋은 커피 덕분인지 유독 아이와 함께 방문한 손님들이 눈에 띈다. 아빠들은 아기가 행여 울까 안고 어르고 달래며 엄마들은 편안하지만 신경 쓴 듯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빈 유모차를 끌며 들어온다.

그대로 나의 시선은 내 앞에 앉아 하니를 안고 달래고 있는 남편에게로, 아무거나 주워 입고 나온 나에게로 옮겨진다. 어쩜 이리도 닮았는지. 우리 모두 숨 돌릴 구멍이 필요하지요. Gut gemacht! 그쪽도 잘 나왔어요. 다른 이의 외출을 보며 나의 외출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 2019.08.26 16:58

    비밀댓글입니다

  • 2019.09.05 20:44

    비밀댓글입니다

    • 밤익는냄새 2019.09.05 20:47 신고

      안녕하세요. 저도 Carrycot 사서 신생아부터 썼어요~ 태어나고 5일뒤에 소아과도 다녔구요. 독일 길에는 무리없고 괜찮았는데 체코 길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지난번에 프라하 여행갔을때 느끼기는, 돌길이 독일보다 더 울퉁불퉁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잘 결정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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