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일기) +155일 그렇게 엄마가 되고 있다

어느샌가부터 하니를 안고 있으면 안겨있는 느낌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생아때 아기를 품에 안고 있으면 포근히 안겨있다기 보다 버둥버둥대는 쪽에 더 가까웠다. 아직 대근육이 발달되기 전이고 목을 가누기에는 힘이 부족했을테다. 버둥대기 바쁜 아기의 목을 감싸고 둥둥거리며 달랬던 그때는 안았다기 보다는 깨질까 염려하며 꼭 붙들고 있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래도 4개월을 다 채워가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니를 안았는데, 하니는 버둥대는 팔을 내리고 편안하게 내 어깨를 감쌌다. 두 다리도 내 배에 착 밀착되어 있었다. 포근하게도 하니는 내 품에 쏙 들어와 있었다. 아기가 작은 두 팔을 활짝 펴서 나를 안아주고 나는 아기를 안는, 서로를 안아주는 기분은 날아갈 듯 황홀하다. 보들보들하고 사랑스러운 이 작은 생명체가 이제는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몸으로 전해진다.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보는 경험은 나를 이전의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게 한다. 엄마. 엄마가 되어 이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 엄마됨은 출산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계속 발전되고 있다. 아기가 점점 나를 알아보고 내게 미소를 보내고 나를 의지하며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감쌀 때, 그 완전한 호의가, 의지가, 내가 아기를 보는 관점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나는 하니를 키우고 하니는 내가 엄마가 되도록 돕고 있는 샘이다. 그렇게 조금씩 엄마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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