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옷을 입는 방식

신생아에게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이건 나에게 아주 큰 문제였다. 아기를 키워본 적도 없을 뿐더러 주변에 신생아를 키우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어떻게 아기를 입혀야 하는지 책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적혀 있는 책도 있나?)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독일. 한국과 기후가 다르다. 독일에서 출산한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기가 태어나는 달이 겨울인지, 봄인지, 여름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부분은 비슷하겠지만...)

 

퇴원할 때 입은 옷

출산하러 병원에 들어갈 때 내가 준비한 것은 <모자, 바디 하나, 바지, 바디 위에 입을 배냇저고리, 그리고 외투처럼 입을 Overall 그리고 양말 한 켤례.>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병원에서 아기 옷을 입혀주기 때문에 퇴원할 때 입을 옷 한 벌만 준비하면 된다. 

3월 23일에 태어난 하니가 퇴원할 때 입은 옷.

퇴원할 때는 사실 병원에서 나가자마자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그렇게 추울 일이(?) 별로 없지만 태어난지 2-3일 밖에 되지 않은 아기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니는 집으로 옮겨지는 내내 쿨쿨 잠을 잘 자주어서 어려울 것 없이 잘 이동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입고 있었을까

출산할 때까지만 해도 아기 옷을 어떻게 입혀야 하는지 감이 없었던 나는, 그냥 병원에서 아기를 입혀주는 방식대로 집에서도 입히기로 했다.

하니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입은 옷! 

병원에서는 하니를 주로 이렇게 입혀주었다. <반팔 Body + 긴팔 상의 + 배와 가슴을 덮는 바지(Strampler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내의로 바디를 많이 입힌다. 이게 그냥 기본 세팅이다. 바디를 입히고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상의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Body는 이런 식으로 생겼다.
똑딱이가 있어서 입고 벗기기 쉽게 생긴 이런 모양은 Wickelbody라고 한다. (출처: h&m)
내가 출산했던 병원에서는 하니를 이렇게 입히고 위에 쿠션으로 배를 눌러주었다.

병원에서는 따로 속싸개나 겉싸개를 해주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기는 움직임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두는 방식을 따르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집에 가서도 속싸개를 따로 해주지 않았다. 

생후 일주일 쯤 된 하니. 이런 자세로 많이 잤다.

애초에 싸개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 것인지 나는 모른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하니는 속싸개 없이도 잘 커주었다. 물론 자다가 화들짝 놀라서 깰 때도 있었지만 .... 달래주면 다시 잠들었다.

싸개 없이 자란 하니는 병원에서 입었던 방식으로 <Body에 바지+ 상의에 배냇저고리나 스웨터>로 신생아 시절을 보냈다. 참고로 우리집 방 온도는 23도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독일에서 조언하는 신생아 방 온도는 의견이 분분한데, 16~18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산전교실에서 만난 헤바메는 21도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Schlafstrampler를 입히면 위 아래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

 

잘 때는 어떻게 입고 잘까

독일에서는 생후 1년간 이불이나 배게를 쓰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소아과 의사를 만나 U2를 검진받는데, 그 때 의사가 꽤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이 기억난다. 사진을 찍어 가도록 했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기록을 남긴 것이 아래 그림이다.

퇴원 전, 소아과 의사를 만날 때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제목: 최적의 수면환경!!> 두둥...

그림의 내용을 번역하자면 이렇다. 부모님과 같은 공간에서 자되 아기 침대에서 재우기. 베개나 이불이 없어야 하고 모자를 쓰면 안되고 등을 대고 자는 것을 추천하며, 방 온도는 16-18도 유지하기. 아기가 쓰는 메트리스는 최대 10cm 높이로 너무 부드럽지 않은 것으로 쓰기. 그리고 이불 대신으로는 Schlafsack을 입히기!

하니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우리집에서 밤을 보낸 첫 번째 날. 

병원에서 알려준 방식대로 첫 날은 이런 식으로 얇은 Schlafsack을 입히고 그 안에는 Body와 바지를 입혔는데 다음날 아침 우리집에 첫 방문한 헤바메는 이렇게 입히면 너무 춥다면서, 두꺼운 이불을 덮으라고(?) 조언해줬다. 또 아기 손이 찬 것은 상관 없지만 발이 차가우면 전체적인 몸 온도가 낮다는 뜻이므로 발을 항상 따뜻하게 해주라고도 얘기해줬다. 그때 우리집 온도는 18~21도쯤 되었을 것이다.

3월 말에서 4월, 시기 상으로는 봄이지만 독일은 아직 많이 추울 때다. 헤바메의 조언에 따라 좀더 두꺼운 Schlafsack을 입히고 배 위를 두툼한 이불로 눌러주어 잠을 재웠다.

이렇게 ... 나는 이불을 덮고 하니는 Schlafsack을 입고. :) 같은 침대에서 자지는 않지만 수유하고 둘다 잠들었을 때 남편이 찍어준 사진이다.

 

어떻게 입힐 것인가, 이 문제는 아기와 함께 한 계절을 나보지 않은 이상 감을 잡기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아침 저녁마다 날씨와 온도를 확인하면서 하니를 어떻게 입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추울 때는 얇은 옷을 여러겹 입힌다는 것이 핵심이다. 독일은 한국보다 아기가 지내기에 많이 추운 환경이니까. 심지어 여름도 한국의 느낌과 다르다.

이번 여름에 친정 엄마로부터 하니 옷을 몇 벌 배송받았다. 독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얇은 천에 살에 닿는 느낌이 시원한 내의 몇 벌과 반팔 바디 두어 장이었다. 시원한 소재라 한여름에 입히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독일은 한국처럼 후덥지근하지가 않았다. 

37도까지 올라가 정말로 뜨거웠던 며칠(다해서 4-5일 정도..?)을 제외하고는 엄마가 보내준 옷을 입고 나가기엔 살짝 쌀쌀하고, 역시 같은 소재의 내의를 입고 재우기엔 약간 추웠다. 그래서 손이 가는건 내가 늘상 입혔던 반팔 body나 바지. 기후에 맞게 입히려면 여기서 파는 옷을 입히는 것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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