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셀프 돌잔치 준비하기 (feat. 코로나-19)

우리 부부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하니가 드디어 첫 돌을 맞이했다. 하니가 세상에 나온 날은 내가 엄마로 다시 태어난 날이기도 하기에 딸의 생일은, 그것도 첫 번째로 맞이하는 생일은 내게 누구보다도 큰 의미가 있었다. 1년의 생애 첫 사이클을 돌며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나기까지 큰 탈 없이 지냈다는 것도 감격적일뿐더러 하니의 짧은 생애에서 유일무이한 사건(첫걸음마!!!)을 목전에 두고 있어 우리 부부에게, 내게 이번 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애석하게도 독일은 3월 둘째 주 이후부터 전국적인 외출 자제, 만남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관계로 우리의 모든 사회적 관계도 함께 차단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고 넘어가긴 싫다. 우리끼리 이 시국에 셀프 돌잔치,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치렀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 필요한 물건 구하기

| 아기 의상

하니가 입을 드레스를 살지 말지 몇주간 고민했던 것 같다. 사진 한번 찍기 위해서 옷을 사는 게 맞을까? 이 질문이 구매를 자꾸만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용도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니 돌을 축하한다며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현금 총알을 받고서는, 구매하는 것으로 용기가 났다!(고마운 분들 ㅠ_ㅠ) Amazon에서 Mädchen Kleid, Blumenmädchenkleid, Geburtskleid 등의 키워드로 거의 모든 드레스를 검색해본 듯하다. 고심 끝에 고른 드레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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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돌이 된 하니는 12-16개월 사이즈도 아주 딱 잘 맞았다. 드레스와 동봉된 하얀 머리띠도 드레스와 잘 어울렸다. 안에 긴팔 바디를 입히고 이 드레스를 입힌 뒤 하얀색 볼레로를 함께 입어주었다. 볼레로는 하니가 100일때 유럽에 놀러 온 사촌오빠와 커플룩을 입기 위해 사 입혔던 건데(무려 사이즈가 4개월용) 지금도 맞아서 깜짝 놀랐다! 요만한 나이 때 사이즈는 크게 차이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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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르게 된 하얀 모카신과 양말. 드레스와 매치가 정말 잘됐다. 하니 의상으로만 44유로 정도를 쓴 샘이다. 한화로 따지면 6만 원 정도. 6만 원에 평생 기념이 될 만한 사진을 남겼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 엄마 의상

엄마 의상까지 사기엔 지출이 너무 크므로 생략하기로 했다. 주변 지인에게 물어물어 아이보리색 니트 드레스를 구했다. J언니에게 옷도 빌리고 돌잡이 용품도 빌리고... 감사<3

| 돌잡이 용품

돌잡이 용품을 어떤 것으로 두느냐는 부모의 선택이고 이 선택으로 아이가 무엇을 잡을 지도 결정이 되므로 굉장히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어떤 물건을 돌잡이 상에 올려놓을 것이냐. 우리는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올려놓았다. 작은 비행기 장난감, 청진기, 축구공은 J언니로부터 대여하고 실, 자, 100유로 지폐, 씨앗 등은 집에 있는 것을 가져다 썼다.

비행기는 외교를 상징(한다고 믿었고), 청진기는 의료, 축구공은 운동선수, 실은 장수를 상징, 자는 손재주, 돈은 사업 등으로 마음속으로 정해보았다. 씨앗은 남편의 의견이 강력 반영된 물품으로 씨앗을 잡을 경우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먹이는 식량 관련한 일을 할 것이다'라는 남편의 바람이 담겨있다. (본인이 그 일을 하려 하므로...) 아버지의 비전을 이어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랄까.

| 돌상 준비

가장 먼저 생각한 지출은 '테이블보'다. 셀프 100일 상 사진을 찍었을 때 하얀 테이블보의 놀라운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인에게 빌려서 썼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직접 접촉을 하는 것이 서로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까 이 역시 아마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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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유로로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다. 하얀 테이블보로 스튜디오 버금가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2. 데코 준비하기

풍선을 붙일까 조화를 사볼까 꽃병을 둘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단순한 게 최고라고, 결국 남편이 만든 데코 ('토퍼'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를 사진 촬영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손재주가 수준급인 남편은 야외 촬영 당일, 그것도 오전에 한 시간 정도를 들여 뚝딱 만들어냈다. 

구글에 '돌상 데코' 혹은 '첫돌 토퍼'라고 치면 다양한 사진들이 나온다. 남편은 그중에 2-3안을 내게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 준 뒤 나의 간택을 받은 시안을 출력해서 집에 남아도는 박스에 대고 칼로 잘라냈다. 박스는 신발 박스로. 그게 얇아서 자르기 좋아 보였다.

사지는 않았지만 조화나 데코용품 등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했다. 눈이 뒤집힐만한 예쁜 데코용품들이 많았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거의 결재 직전까지 갔다) 이미 하니 드레스와 테이블보에 쓴 돈이 있으므로.... 데코는 안 하는 걸로. 하지만 집 꾸미기에 관심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웹사이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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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촬영하기

우리가 사는 집 근처에는 와인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남편이 알아봐 둔 산책코스 중에 큰 꽃나무와 벤치가 제법 멋진 분위기를 내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돌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마존에서 배송받은 드레스를 하니에게 입히고 사진 촬영 때 쓸 데코용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도 많았고 날씨도 좋았다.

남편이 만든 '첫돌' 토퍼. 신발 박스에 대고 그대로 칼로 한땀 한땀 오린 결과다. 
파란 하늘과 하얀 드레스.
하얀색으로 깔맞춤한 아빠와 딸. 
꽃과 하늘, 하니와 나.
토퍼를 정말 요긴하게 잘 썼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남편에게 박수!!!!
꽃같은 하니

 

촬영은 하니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 타이밍에 맞춰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했다. 후다닥 하니와 함께 사진을 찍고 독사진도 찍은 뒤에, 유모차 위에 카메라를 올려 가족사진도 남겼다. 카메라가 넘어질까 아슬아슬했는데 마침 우리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얼른 달려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줌 아웃된 가족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촬영을 위해 풍선과 가렌더도 챙겨갔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붙일 여유가 없었다. 우리 중 한 명은 무조건 하니를 안고 있어야 하고 한 명은 얼른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하니 기분을 맞춰가며 셔터를 사정없이 눌러대고 얼른 그늘로 피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한 시간 남짓한 야외 촬영을 마쳤다.

 

4. 돌상 차리기

돌상을 어떻게 꾸밀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한국처럼 느낌 있는 데코를 하고 싶지만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도 한정적이고 이미 지출도 컸기에... 고민하던 차에 하니 돌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가져와주시겠다는 교회의 한 집사님 덕분에 단번에 고민이 해결되어 버렸다. 우리는 이 케이크를 중점으로 생일 상을 차리기로 했고, 케이크 주변으로 집에 있는 인형과 화분을 올려두었다. 벽에 있는 큰 꽃과 하니 왼편의 초록색, 흰색 꽃송이는 하니 100일 상 차릴 때 슈투트가르트 공예 용품점 Idee에서 산 데코용품이다. 

돌잡이로 축구공과 청진기를 잡은 하니. 한 성도님의 축복처럼, 이 땅을 주님의 이름으로 고치는 사명을 살길, 기쁜 상상을 해본다.
이 시국에 돌상도 차리고 돌잡이까지하다니, 너무 기쁘다!!!
하니를 닮은 케이크 앞에서, 한살이 된 걸 축하해!
꼬까 한복 입고서. :)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복을 다행히도 교회의 한 성도님으로부터 물려받아 예쁜 사진을 남겼다. 

 

5. 돌 진행 순서

양가 부모님께서 영상통화로 참여를 하셨기 때문에 우리끼리 돌잔치라도 나름의 순서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먼저 가장인 남편이 대표로 감사기도를 드리고 돌잡이를 하는 것으로 조촐하게 진행해보았다. 돌잡이 후로는 그동안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신 양가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짧고 간략한 돌잔치를 마무리했다. 

 


 

첫 돌을 맞는다는 건 내게 있어 정말 큰 의미였다. 출산의 그 흥분과 전율이 자꾸만 떠오른다. 나와 하니 사이의 어떤 비밀한 관계가 시작된 것만 같았던 3월 23일, 그 날이 1년을 돌아 다시 왔다는 게 너무도 특별히 느껴진다. 내가 엄마가 되어 1년간을 살았으며 그럭저럭 큰 어려움 없이 하니가 이만큼 커주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놀랍고 흥분되는 일이다. 내 인생에서 출산과 육아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일이었기 때문이다.

돌잔치가 뭐 대수라고, 처녀였던 시절에는 나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겪어보니 이 일은 정말 큰 일이고 큰 사건이다. 부모가 되어 1년을 살았고 큰 어려움이 없었다. 대단하고도 너무도 감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함께 축하해주며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우리 가족의 소소한 일에 참여해주는 이들이 있어 무척이나 감사한 2020년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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