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김빠지는 육아 이야기

남편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오늘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빨래하기. 하니는 도무지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9kg에 육박하는 아기를 한쪽 팔에 번쩍 안아들고 화장실에 있는 빨래감을 가져온다. 하니를 부엌 바닥에 내려놓는다. 요즘 하니는 점점 무거워져서 들거나 안고 있기가 힘들어져서 이제 차라리 언제든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을 매일 닦기로 했다.

하니가 부엌 바닥에 앉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옷가지를 세탁기 안에 쑤셔 넣는다. 문을 닫기 전, 더러워진 하니의 식탁의자보가 떠오른다. 입에 음식물이 있는 채로 벨트를 쪽쪽 빨아대는 바람에 온갖 음식물들로 벨트가 딱딱해졌다. 벨트 풀기가 영 옹삭한데.... 그래도 힘주어 어깨, 허리, 중앙의 각각의 벨트들을 빼서 작은 주머니에 넣고 세탁기 안에 쑤셔 넣는다.

시간이 얼추 맞아 떨어져 점심식사 전에 식탁의자보가 건조 되었다. 하지만 벨트는 자연건조 중이라 벨트 없이 하니를 식탁의자에 앉혔다. 벨트가 뭐가 중요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쩔 땐 정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벨트 없이 점심식사를 잘 마치고, 3시에 먹는 간식도 잘 먹어주었다.

 

대충 이런 식으로 구색을 갖춰 먹는 오후 3시 간식. 아침식사와 오후간식은 하니가 스스로 집어 먹게 하고 있다. 흡착 식판을 한국에서 사왔지만 식판 놓을 곳이 좁아 흡착을 못 시키고 내가 계속 잡아줘야 한다. (*^^*)

 


 

저녁식사 시간이 왔다. 하니는 저녁 6시 반 정도에 취침을 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는 6시가 되면 하루의 피곤과 짜증이 절정에 달한다. 역시나 오늘도 양쪽 엄지 손가락을 번갈아 빨아재끼며 엄마가 떠먹여주는 Brei 따위는 관심없다며 싫다고 손을 뿌리치고... 그 와중에 심지어 일어나려고 허리까지 비튼다.

오른손으로는 하니를 떠먹일 숟가락을, 왼손으로는 하니의 다리를 붙잡고 일어나지 말라는 말을 하지만 듣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하니는 일어나기로 결심 했나보다. 이거 벨트가 필요한데. 손이 부족하다. 하니를 식탁의자에 그대로 두고 거실로 나가자니 잠깐 사이에 일어나 떨어지려는 시위를 할지도 모른다. 하니를 안고 나가자니, 이미 옷과 손이 이유식으로 더럽혀진 상황.

벨트를 지금이라도 가져 와, 말아? 남아있는 이유식을 쓱 쳐다본다. 별로 되지 않아 보인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떠먹여주면 저녁밥 끼니 해결 될 것 같은데... 벨트를 안 쓰고 넘어가보려던 찰나에 하니가 마지막 힘을 비틀어 기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순간 실같이 연결되어 있던 나의 정신줄이 톡 하고 끊어지면서 외치고야 말았다. "그마아아아아안~~~~~~!"


 

하니를 번쩍 들어 부엌 바닥에 내려놓고는, 어딜 갔다온다는 따위의 인삿말도 없이 횡하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실에 들어갔다. 하니는 3초정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이해하려고 조용하더니 이내 울음 소리로 시동을 건다. 나는 거실에 널어두었던 벨트를 회수하고 왠지 모를 화를 느끼며 부엌 안으로 들어왔다. 하니는 나를 보고 울음을 멈추고는 다시 바닥 탐색을 시작했다. 나는 어쩐지 모르게 화가 풀리지 않은 채로 (왜지?) 벨트를 식탁의자에 하나씩 쑤셔 넣으며 설치를 완료했다. 

하니를 들어 다시 앉혀봤지만 이미 하니는 식사를 끝내기로 했는지 한 숟가락도 더 입에 대지 않았다. 벨트고 뭐고. 결국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는 그저 그런 씁쓸하고 평범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 맥없이 화가 풀리며, 하니를 들고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함께 양치질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침대에 눕혀 재웠다.

남편이 알바를 가서 하루종일 집을 비우는 날의 저녁은 어쩐지 더 힘이 빠진다. 오후 5시부터, 나는 저녁 11시에 오는 남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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