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항상 불안하다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식사초대를 받아 지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하니에게 이유식을 먹이다가 순간 하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하니는 몸이 축 늘어지면서 내게 고개를 기대고 어딘가 아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열이 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체온은 정상이었다. 평소에 하니와 다른 모습이었다. 졸릴 때에 하니는 차라리 몸에 힘을 주며 우는 편이다. 그리고 1시간 전쯤 이미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전혀 졸릴만한 타이밍이 아니었다. 하니는 언제고 이렇게 힘없이 고개를 내 품에 푹 기대지 않는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고개를 푹 기댄 채로 고개의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며 손가락을 빨던 하니는 거의 눈을 감은 채로 인상을 쓰며 있다가 한참 뒤에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다시 활기차게 웃으며 잡고 일어서고 이리저리 기어 다니는 하니를 보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하지만 내 품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그 불쾌한 느낌은 쉽게 잊히지가 않았다.

이런 증세가 있었던 것이 두 번째였기에 이 원인모를 불안함은 쉽게 씻겨지지가 않았다. 첫 번째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작년 11월 말이었는데,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알 길이 없어 경황이 없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하니는 힘없이 내게 푹 기대어 있었고 졸린 듯 눈을 비비고 축 늘어져있었다. 그렇게 힘없이 있기를 20-30분쯤 지나고 하니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때는 뭐, 이런 일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두 번째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혹시 어디가 이상이 생겨 이런 증세가 나타난 거면 어떡하지. 나는 불안에 떨다가 다음날 아침 소아과를 가보기로 결심했다.


소아과 의사는 내 설명을 쭉 들어보더니 간단한 진료를 보고 소견서 두 장을 써주었다. 하나는 신경소아과, 하나는 소아심장외과였다. 닥터가 보기에는 Alles in Ordnung이지만 (문제없어 보이지만) 완전히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기 위해서 신경 소아과에서는 뇌파검사를, 심장 쪽에서는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검사를 받아보아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나는 담당의사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무작정 '아무 문제없을 거다'라고 말할 까 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던 차였다. 소견서까지 받고 나니 어쨌든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이제는 상상의 나래가 더 풍부하게 펼쳐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뇌 쪽의 문제면 어떡하나, 혹은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이면 어떡하나. 나는 최대한 앞선 걱정은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것은 정말 인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낙관하다가 큰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니가 어디 아프면 어떡하지. 나쁜 생각은 더 나쁜 생각을 가져온다.

불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지금 하니는 며칠 째 새벽에 깨어 통곡하며 울고 있다. 저녁 6~7시면 잠에 들어 새벽 5시~6시에 일어나면서 중간에 깨기는 해도 크게 울거나 힘들어 한 적이 크게 없는 아이다. 10개월을 꽉 채우고 11개월로 접어들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니는 낮잠도 안 자려고 하고 밤잠도 자꾸만 깨서 울고 있다. 레벨업이라도 된 것 같이 성량도 커졌다. 여태껏 듣지 못했던 울부짖음이라, 이전의 울음은 울음이 아니라 애교 수준이었구나 싶은 정도다.

 


종일 잡고 일어서는게 일인, 무척이나 활발한 10개월의 하니.

심호흡을 하며 불안을 잠재우고 온갖 잡 생각을 정리해본다. 병은 의사에게, 진단도 의사에게. 눈에 보이는 증상을 가지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검색하며 때려 맞추다가 불안은 더 커지기 십상이다. 심장 쪽은 2월 중순에, 신경 쪽은 3월 말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그때까지 하니를 잘 지켜보고 잘 보살피는 것만이 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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