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기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

14개월 현재의 하니를 키우면서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밥을 준비할 때다. 하니를 맡아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살피며 요리를 차리는 건 쉽지 않다.

대게 점심식사 준비는 11시부터 시작되는데 그때는 하니가 가장 배가 고플 때라 나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하며 나는 하니를 먹이기 위해 식사 준비에 몹시 바쁘다. 

그래서 나는 식사를 만들면 3일분을 한 번에 만들어 놓는 편이다. 그러면 하루는 음식 장만하느라 좀 힘들어도 이틀은 장만한 음식을 덥히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 어제는 새로운 점심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냉장고 안에 애호박이 있어서 나는 자주 해주는 애호박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애호박 크림 파스타는 만들기가 정말 쉬운데 하니가 잘 먹어주어 우리 집 단골 메뉴다. 애호박과 양파를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팔팔 끓이고 그걸 믹서기에 완전히 갈아 간을 조금 하고 크림을 넣어주고 끓이다가 파스타에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과정도 야채를 썰고 한참을 볶아야 하고 파스타를 끓이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족히 20분은 걸린다. 다 된 뜨거운 요리를 식히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니 뱃속으로 진짜 요리가 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하니는 유난히 배가 고팠는지, 요즘 어금니가 나고 있어 어딘가 불편했는지 평소보다 더 괴롭게 울며 내 다리를 붙잡았다. 부엌에 들어가 도마 앞에 선 엄마의 모습이 무섭기라도 하는 듯 찡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애호박을 썰고 양파를 썰고 후다닥 프라이팬에 넣고서는 휘적휘적 야채를 볶으면서, 내 다리를 붙잡고 통곡하며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하니에게 혹여 야채가 튀지 않을까 살피며 안심의 말을 해주었다.

“하니야. 배가 많이 고팠구나. 엄마가 얼른 맛있는 요리 해서 하니 배부르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하니는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두 다리를 잡고 엉엉 울다가 이따금 얼굴을 들어 나와 눈이 마주치면 눈이 새빨개진 채로 더 우는 것이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고 다시 말을 걸었다.

“하니야. 많이 속상했어? 엄마가 하니 우는 것도 모르고 계속 요리해서 힘들어?”

하니는 울며 필사적으로 두 팔로 내 목을 감싸고는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내 두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하니의 행동이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엄마. 나 사랑하잖아. 나 사랑한다고 하면서 항상 뽀뽀하잖아. 나 사랑하는 거 맞지?’

하니를 안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고, 짠한 내 딸... 자기 울음에 원하는 만큼 반응해주지 않는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럽고 슬펐을까. 하니를 번쩍 안아주니 울음은 곧바로 멈추었다. 한동안 하니를 한쪽 팔에 안은 자세로 야채를 볶았다. 이제 핸드 믹서기를 가져와 야채를 갈아야 하는 타이밍이 왔다. 울음을 그친 하니를 슬그머니 바닥에 내려놓았다. 곧바로 터지는 울음.... 하니야. 아이고... 이것만 하면 요리가 끝나. 조금만 기다려줘.

부엌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가고 하니의 울음은 점점 더 참을성이 없어진다. 나는 마음이 잔뜩 급해져서 후다다닥 요리를 해치웠다. 내 아기의 배고픔도 해결해줘야 하는 동시에 내 아이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도 해결해줘야 한다. 부엌에서 하니를 번쩍 안아 들고 접시에 음식을 와르르 담아 테이블에 가져다 놓는다. 턱받침대가 필요한데 깜빡하고 부엌에 놔두고 왔다. 하니를 다시 안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다. 10kg 되는 아기를 들고 이방 저방 왔다 갔다....

하니는 파스타를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저렇게 먹을까. 마음속에 연민이 밀려 올라온다. 간식이라도 줘서 배고픔을 달래줘야 했었는데. 엄마가 미안해. 매번. 

애호박 듬뿍 크림 듬뿍 푸실리 파스타를 잘 먹는 하니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아기 때부터 시작해 늙어 죽을 때까지 인간이 한결같이 갈망하는 것이라고 한다. 욕구의 표현 방식이 울음에 불과한 아이 시절과 달리 커가면서 그 방식이 조금 세련되어질 뿐이다. 앞으로 하니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나의 ‘해야 될 일’의 충돌로 오늘같이 불가피한 갈등 상황이 여러 번 되풀이될지 모른다.

모든 상황에서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지만, 이게 밥할 때만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런 상황을 겪기 때문이다. 설거지할 때, 빨래할 때, 혹은 잠시 내 일을 할 때 등등... 하니와 사랑과 공감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욕구 충돌의 갈등을 줄이기까지 우리는 계속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배고픔을 달랬다고 끝이 아니다. 난장판이 된 식탁과 부엌도 치워야 한다. 엄마를 독차지하고만 싶은 떼보1호를 어르고 달래고 잘 안아주면서.... 

  • 이슬기 2020.06.11 23:30

    참 공감이 많이 되요...!! 둘째도 곧 이가 날 것같은데.. 한동안 힘들생각하니 헛 웃음만 납니다.. ㅎㅎㅎ
    엄마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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