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출산

요즘 나에게 시간이란 너무 빨리 흐르는 동시에 한없이 느리게 지나가고 있다. 잠깐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 벌써 오후가 되어버리거나 딱히 한 일이 없는데 저녁에 되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반면에 아기에게 수유를 할 때는 한 없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신생아에게 젖을 먹일 때는 보통 40분이 걸리는데 이때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 같이 느릿 느릿 흐른다. 하루에 7-8번의 느린 시간이 흐른다.

일희일비하는 중이다. 로이(둘째의 이름)가 젖을 잘 안물고 울때는 비극이 몰아치고, 비몽사몽이라도 잘 빨아줄 때는 기쁘고. 감정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 눈물이 줄줄 흐르다가도 평정심이 조금 생기면 언제 울었냐는 듯 해탈이 찾아온다.

두 번째 출산과 산후조리는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친정집에 머물고 있으니 조력자가 +1 (주말엔 아빠가 계시니 +2인) 되었지만 첫째라는 변수가 있기에 -1이 되고 만다. 엄마가 매 끼니를 차려주시니 걱정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우리 공간이 없는데서 오는 약간의 피로감이 조금씩 쌓여가는 중이다.

조력자와 방해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하니. 그래도 대부분은 조력자가 되어준다.


수유는 첫째 때 한번 경험 해보았으니 여유가 생겼을 법도 한데, 모유수유는 아직까지(이제 생후 14일) 아기와 합이 생기지 않아 이랬다저랬다 하고, 매번 다르게 터져나오는 문제 앞에서 모유수유를 강행할지 유축모유를 줄지 분유를 타줄지 결정해야하는 일은 퍽 난감하다. 모든 결정에는 피로가 따르는 법. 젖 먹이는 일이 뭐길래. 참 쉽지가 않다.


지난 주에는 로이가 황달로 입원을 했다. 나는 조리원에 가지 않고 바로 출산 3일차에 집으로 왔기 때문에 난데없이 누렇게 변하는 로이의 눈과 몸통을 보고 심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았다. 병원에 데려갔는데 수치가 꽤 높아 당일 입원이 결정됐다.

새벽 쪽잠을 자 피곤한 남편과 안대쓴 아기새 2호.. 맴찢…


작은 눈에 안대를 붙이고 2박 3일간 광선 치료를 받게 하는 동안 나는 옆 환자침대에 누워있거나 때되면 유축을 하거나 로이를 안고 젖을 먹였다. 칭얼거리는 로이를 안아 달래기도 하고 짬짬이 광선치료 받는 자세를 바꿔주기도 했다. 눈을 가려 로이는 더 작은 아기새 같아졌다. 젖을 먹이고 트름을 시킬 때 이따금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리는 눈 가린 아기새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짠해진다.

수치는 15.7에서 12대로 떨어졌다. 정상 범위가 아니긴 하지만 집에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여 안대를 벗고 퇴원을 했다. 집에 온 다음날부터 어쩐 일인지 다시 노란끼가 내려오는 것처럼 보인다. 부디 속히 나아지길… 두 번째 산후조리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2021년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엔 수족구  (8) 2021.11.10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에 잠못드는 밤  (2) 2021.11.07
생떼 도돌이표 안에서 기적을 외치다  (8) 2021.07.29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