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수족구

로이에게 분유를 먹이는데 이마가 심상치않게 뜨겁다. 열을 재보니 39.2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설마 수족구? 하니가 수족구로 3박 4일을 입원하고 오늘 퇴원했는데..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급히 해열제를 찾는데 어디에 뒀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하니 감기 때 친정집에 분명 사둔것 같은데 그게 보길도 집이었는지 헷갈린다. 약국에 가느냐 병원에 가느냐 잠시 고민하다가, 택시를 불러 로이를 안고 급히 병원에 갔다.

문진 결과 수족구… 수족구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로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수족구가 더 심하게 오기도 하니 입원을 권유하셨지만 병실이 없어 집으로 왔다. 다행인지.. 오늘밤마저 병실에서 잤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10월 초 감기로 시작한 병치레가 이렇게나 길어지다니. 이제는 너무도 속이 상하고 괴롭고, 또 화가 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면서 지난주에 외운 제자훈련 말씀구절을 몇번이나 암송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것과. 반드시 그가 계신것과.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히브리서 11장 6절말씀 아멘”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로 악성이네 양성이네 씨름을 하며 지난 몇주간 믿음을 드리는 연습을 했다고 생각했다. 바톤을 이어받듯 남편이 건강하다는 결과와 로이의 폐렴 입원을 맞바꾸었다. 하니도 로이도 느리지만 천천히 감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무렵, 또 수족구라니…

로이를 태우고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너무도 자기연민에 빠지고 싶어졌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탄자니아 가는 준비만으로도 이미 벅차고 힘든 이 시기에 왜 아이들이 연달아 질병을 앓는지, 내가 지금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는건 아닌지 괴로워졌다. 자기연민도 병이다. 병원에 도착해 10번째 대기에 걸린 로이 이름을 바라보며, 뜨끈뜨끈한 로이를 아기띠로 안고 병원 복도를 서성이며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큰 병 아니야. 걸릴 수 있는 질병이야. 그리고 나을 수 있는 병이야. 누나가 걸렸으니 로이도 옮을 수 밖에 없었어. 막을 수 없었어. 괜찮아. 로이도 하니처럼 며칠 앓고 금방 회복할거야.”

아이 키우는 집.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그런데 그게 조금 연달아 일어났을 뿐이라고. 하필 이때 남편이 없고, 출국준비를 하고 있어 마음과 몸이 번잡 했을 뿐이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한다.

[사55:6]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사40:28-31]
28 너는 알지 못하였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이는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29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30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쓰러지되
31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말씀이… 참 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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