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도착 생존신고

우리 가족은 지난 2021년 12월 21일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잘 도착했다. 이곳에 온 지 이제 3주가 되었는데,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식구만 낯선 환경에 맡겨진 게 아니라 남편과 함께 파견 나온 두 자매 간사님 들이 계셨고, 집과 사무실을 빨리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잠시 우리 집에 머문다는 것이 동거기간이 꽤 길어졌다. 지금은 두 간사님들이 이사했지만, 아직 비자가 나오지 않아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는 중이다.

보길도 to 잔지바르. 이고지고 바리바리 가지고 온 엄청난 양의 짐...
20시간에 가까운 엄청난 비행에도 땅밟으니 기분좋은 하니 :)
남편이 지난 출장 때 구해 놓은 우리집. 좋은 집에 들어갈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부터 시작된 감기몸살이 온 집안 식구들을 휘젓고 지나갔다. 나는 그야말로 끙끙 앓으며 침대에서 성탄절을 보냈다. 한국에서 가져온 종합감기약 한통을 오자마자 다 먹었다. 나는 왜 한통 밖에 가져오지 않았을까. 지독한 인후통으로 시작한 감기가 기침과 가래로 넘어갈 즈음 로이가 열이 났고 이틀 간격으로 이어서 하니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둘의 열이 잡힐 무렵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며칠을 앓았고, 이어서 두 간사님들도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연말까지는 정말 돌아가며 아프기만 했다. 아프면서도 밥은 해 먹고 빨래는 돌리고 짐정리 하고 청소하고... 남편과 두 간사님들은 도착하자마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서 부엌 테이블에 둘러앉아 일을 하고, 나는 거실에 두 아이들을 돌보고. 다들 나름의 혹독한 적응의 시간을 보낸 듯하다.

 


아랫니 두개가 뿅! 6개월을 꽉 채우고 7개월을 향해 가는 로이.

아이들은 그 사이에 또 자랐다. 둘째 로이는 미루고 미루었던 이유식을 잔지바르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작했다. 미리 사간 초기이유식 쌀가루로 쌀미음-감자-애호박-당근-사과-소고기 등 이곳 재료들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식재료, 특히 신선한 고기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무슬림 99%인 이곳 잔지바르에서는 돼지고기 구하는 건 포기해야 한다. 닭고기나 소고기도 그나마 냉동. 처음엔 어떻게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3주 지나니 이젠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을 만큼 하자, 싶다. 

평화로운 오후의 하니와 로이.
현지 시장에 온 하니와 남편.

세 돌을 앞두고 있는 하니는 피부색이 다른 이곳 현지인들과 이곳 환경을 보며 낯설어했다가 대범해졌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서슴없이 혼자 달려가기도 하고 한없이 엄마와 아빠 품에만 안겨있기도 하다. 아마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한국에서부터 변비가 있어 배변훈련 중 대변보기가 정말 힘들고 괴로운 싸움이었는데, 아직도 괴성을 지르긴 하지만 차츰 변기에 적응해가고 있다. 열이 났을 때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과자와 초콜릿만 먹으려 해서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밥을 곧잘 먹는다. 하니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다뤄가며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2022년 새해가 밝고 간사님들과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보길도에서부터 가지고 온 키보드를 처음으로 꺼내 함께 찬양하고 예배드렸다. 피아노 연주하며 찬양하는 게 얼마만인지... 탄자니아로 출국이 결정되고, 남편이 서울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아이들이 번갈아 아프고... 지난 10월 11월, 복잡했던 날들, 하나님만 붙잡았던 날들이 떠올랐다. 이곳까지 안전하게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위탁수하물로 붙인 키보드 상태가 걱정 됐는데, 다행히 소리가 잘 난다. :) 
두 간사님들과 함께 드린 송구영신예배. 앞으로 어떤 놀라운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런 한 해 되게 하소서.

 

앞으로 머물게 될 탄자니아에서의 3년의 시간. 낯선 환경에서 두 아이를 양육하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우리 가정은 잘 적응해 갈거라 믿는다. 그런 기대감이 있다. 하나님께서 이곳까지 인도해주셨고, 지금도 함께하시며,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 하실 거라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한없이 가볍고 기분좋은 마음으로, 2022년을 시작해본다.

'2022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튜브를 쉬는 동안  (6) 2022.08.29
잔지바르 생활의 이모저모  (17) 2022.03.03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