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24] 일곱빛깔 더위

   좀 추워졌다. 아침 저녁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이불을 덮고 있는 감촉이 고슬고슬. 선풍기까지 틀어놓고 있자니 더 추워지는 것 같아 이제는 잘 때 켜지 않는다. 늘 찬물 고정이었던 샤워도 이젠 더운물로 바꿨다. 지금 우리는 초가을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한낮이 이렇게 서늘하진 않다. 살을 새까맣게 태워버릴 듯 맹열하게 태양이 내리쬔다. 왠만해선 한낮에 밖에 나와있진 않은데, 오늘은 병원에 가느라 점심쯤 모또를 탔다. 10분쯤 흘렀을까. 반바지 반팔을 입고 나온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햇볕이 강렬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렇게 더운데도 긴팔, 긴바지 심지어는 후드티나 자켓을 입고 다니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된다. 추워서일 수도 있고 너무 더워서 일 수도 있다.

   벌써 가을이 온 것은 아니겠지. 12월, 1월의 온도는 어떨지 궁금하다. 한 나라의 1년을 오롯이 겪어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캄보디아가 덥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더위도 매번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색깔의 다른 촉각의 더위가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경험한다. 알긴 알았었는데. 이제 막 알게 된 것 같기도, 곧 잊어버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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