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43] 지금은 한밤중

쨍그랑. 초록색 투명 유리컵이 테이블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했다. 적막한 밤을 찢는 유리 소리는 곧 잠을 청하려 했던 우리 두 사람을 깨운다. 둥글둥글한 유리컵은 금새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돌이킬 수 없게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깨져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고왔던 컵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슬금슬금 오던 잠을 무르고 깨진 컵 주위로 모여 쭈그리고 앉았다. 성한 것들은 손으로 집어서 버리고 작은 조각들은 젖은 수건으로 훔쳤다. 그러고도 잡히지 않는 유리가루들은 손가락 감각에 맡긴다. 두 사람이 합해 스무개의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바닥을 쓸어보았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것 같은 이 시간에 우리 둘만 깨어 안방 바닥을 더듬거리고 있다. 날카롭게 깨어진 유리컵을 아쉬워 하는 마음은 이미 휴지통에 버렸고, 땀만 뻘뻘 흘려대며 바닥을 더듬거리는 이 순간만 우리 마음 속에 남았다. 우리가 이 컵을 가졌던 것은 한 때 뿐, 나머지 시간은 이 순간을 회상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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