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48] 한여름날의 감기

항상 덥기만할 줄 알았던 캄보디아. 막상 와보니 약간 쌀쌀한 시간대도 있고 24시간 365일 내리 덥진 않았다. 약간 쌀쌀한 시간대였을까, 약해졌던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왔던지 감기로 며칠 몸살을 앓았다. 목은 땡땡 부어올라 침 삼키기도 어려웠고 온몸은 열에 들떠 저릿저릿 했다. 땀을 한바가지로 쏟으면서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중에 병상에서 함께 고생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였다. 흐르는 땀 닦아주랴, 물 끓여 뜨거운 물 갖다주랴, 더울까 부채질하랴 밤새 잠못 이룬 남편이 옆에 있었다.

나는 온도계를 입에 물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남편은 때가 되면 물을 먹이고 땀을 닦아주고 말을 걸어줬다. 내가 우리 아빠엄마의 '우리딸'이던 시절 엄마가 해줬던 간호를 이제 남편이 한다. 새삼스럽게 내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과, 캄보디아에 남편과 신혼을 차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남편이 내 가족이구나, 나는 독립을 했구나, 우린 부부이구나, 하는 것들이.

잠깐 누워있으라고 침대 자리를 봐주고 나를 눕히더니 남편은 식사 장만에 나선다. 한시간쯤 선잠에 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봤다. 남편은 한증방이 따로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뜨거운 된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나는 정성스럽게 끓인 된장국 한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온몸의 땀샘들도 감격의 눈물샘을 분출한다. 된장국은 눈물겹게 맛이 있었다. 

감기라는 우연한 개입으로 내가 누리는 소박한 행복을 발견했다. 항상 함께 있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던 행복이 은근한 온도로 피부에 느껴진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앞에 앉아있는 남편과 함께 이 된장국을 맛있게 먹는 일. 어제 일에 괴로워하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지금, 단순하고 참으로 소박한 행복이, 따스한 풍요로움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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