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생활+154] 우리집 거실에 차린 카페

우리집은 두명이 살기에 딱 적당하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넓찍한 안방에는 침대와 화장대, 나무로 만든 옷장이 있다. 하얀 침대 머리맡과 우측에는 큰 창이 한개씩 있다. 저녁에 잘때 우리는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자는데 곧장 맞바람이 불어주어 뽀송뽀송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실에는 소파와 아일랜드 식탁이 있다. 소파는 딱딱한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배기긴 한다. 우리는 이 비좁고 딱딱한 소파에 낑겨 눕거나 탁자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차를 마신다. 평일 저녁에는 아무렇게나 앉아 연속극을 보기도 한다. 

아일랜드 식탁에는 두세명이 앉을 수 있다. 요리를 하면 바로 올려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어 아무리 뜨거운 냄비라도 거뜬하게 올릴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의자가 너무 높다는 것. 우리는 밥먹을 때마다 어떻게 앉아야 잘 앉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엔 엉거주춤 높은 의자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허벅지가 다 들어가지도 못한 채 엉성하게 밥을 먹는다. 

적당한 우리집에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는 앉은 자리가 너무 높아 엉성한 것 같고, 딱딱한 소파에 앉아 뭔가 하기에는 너무 낮아 불편하다. 우리는 정상적인 높이의 테이블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노트북을 올려두고 작업할 수 있는, 공책을 올려놓고 뭔가 적을 수 있는 높이의 테이블이.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신혼 초부터 가지고 싶었던거다. 한국에서 살 때 우리집은 14평 남짓 아담한 공간이었다. 간신히 800리터짜리 거대한 냉장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 냉장고는 팔때도 제문으로 나오지 못하고 창문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3인용 작은 소파 하나가 들어가니 거실에 테이블을 놓을 사이즈는 힘들었다. 언젠가는 집에 함께 앉을 수 있는 책상이 있어 열람실에 함께 앉아 각자 공부했던 연애시절처럼 같이 서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매주 찾는 카페 소티크 책상. 의자도 폭신폭신, 테이블도 넓쩍해서 앉아있기 딱이다.

책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서 우리는 중고샵을 뒤지기 시작했다. 테이블 그까짓거 뭐 얼마 하겠나 싶었는데 정말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왠만한 것은 몇십만원을 훌쩍 넘었다. 우리 형편상 고가의 가구를 사기에는 여의치가 않아서 새로 사겠다는 마음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새로 사기는 어렵고, 높은 아일랜드 의자를 가져다가 테이블로 쓸까 하고 의자를 가져다가 앉아보았다. 대충 높이는 적당했다. 아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싶었다. 그렇게 의자를 들었다가 놨다가, 소파를 옮겼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다가 문득 화장대 테이블을 쓰는게 어떻겠냐고 박군이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있는 의자로, 있는 테이블을 가져다가 쓰자는 것! 

높이는 적당했다. 가지고 있는 의자와 가지고 있는 테이블을 썼는데 마치 원래 짝이였던 것 처럼 딱 들어맞았다. 우리 둘은 정말 신이 났다. 이게 뭐라고. 5개월동안 캄보디아 살면서 제일 뿌듯한 것 같다. 진작 알았더라면 편안한 집생활을 누렸을텐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남은 시간동안 몇배는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노트북을 쓸 수 있다. 꼿꼿하게 허리 세우고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정말 신나는 일이다. 


거실 변신 후. 작은 카페가 집에 생겼다. 손님은 딱 두명, 영업시간은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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