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오기 전 비상금을 탈탈 털어 테일러 114ce를 샀다. 여기 오면 시간도 많을테니 많이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테일러만 들고 온건 아니고 이전에 줄곧 쓰던 크래프터 갓인어스도 같이 들고 왔다. 두 기타를 나란히 방안에 세워두고 이동한것 없이 잘 모셔왔는데, 이상하게 테일러 넥만 휘었다. 갓인어스와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횟수로 연주를 했었는데 갓인어스는 멀쩡하고 테일러 기타는 말도 안되게 넥이 휘었다. 더 놔두자니 회생 불가가 될 것 같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프놈펜에서 기타 수리를 하는 곳에 맡겼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구글에 phnom penh guitar repair로 검색 했을 때 바로 나오는 사이트. http://guitarscambodia.com/
마침 집근처에 있길래 이주 토요일에 맡겼었다. 오늘 찾으러 가야해서 갔더니 돌아오는 답변을 듣고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6개월만으로 기타가 이 상태가 될 수 없다고. 이건 습도며 온도 관리를 잘 못해서가 아니고 기타 애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기타를 샀던 데로 돌려보내고 환불이나 새 제품으로 교환을 강력하게 요청하라는 답변이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기타를 팔았다니 자기가 다 화가 난다면서. 강력하게 컴플레인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테일러 본사와 싸우라고 했다.
무려 100만원이 넘는 기타다. 태어나서 이렇게 비싼 기타는 처음 만져보고 또 처음 사봤다. 구매자인 나로서는 그 누구보다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 샀을 때의 느낌은 괜찮았었는데, 난 왜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을까. 내 컴플레인이 구매처에 받아들여지긴 할까. 환불이라니, 아무리 강력하게 얘기를 해도 한국의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속상함이 몰려왔다.
올해 2월 15일에 구입했으니, 이제 딱 정확하게 6개월이 됐다. 더 시간을 끌기 전에 컴플레인을 하고 그들이 이 기타를 보도록 한국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이 기타를 보내고, 확인을 받고, 수리를 받고 다시 안전하게 여기에서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은 딱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고민한다고 기타가 뿅 하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근데 에고, 속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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