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생활+188] 남편의 뎅기열 투병

반갑지 않은 손님, 뎅기열
   우리부부는 수요일부터 시작한 KCOC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프놈펜의 한 호텔을 찾았다. 원래는 부부끼리 같은 호실을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의아하게도 한방을 쓰게됐다.  이렇게 같은 방을 쓸 수 있게된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날. 종일 워크숍을 듣고 저녁시간, 지난 한달간 나를 잠못이루게 만들었던 단원간 대그룹 음악치료 세션까지 박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치르고 나서 별 이상 없이 둘다 잠에 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박군은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아프다면서 여느날과 다르게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몸살처럼 몸이 아파오는 박군은 오전강의를 빼고 방에서 혼자 쉬기로 하고 나는 강의를 듣기로 했다. 단순한 감기몸살이니 쉬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감기처럼 쉽게 넘어갈 만큼 병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의 중간 박군의 긴급 호출에 호실로 서둘러 올라가봤다. 누워있는 남편의 몸에서는 김이나는 것처럼 뜨거웠다. 머리에 손을 대는 순간 비정상적인 온도에 소름이 끼쳐왔다. 뭔가 잘못됐다.

인터네셔널 sos클리닉으로
   고열로 씨름을 하는 박군을 차에 태우고 재단 지부장님과 함께 급히 international sos clinic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왜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피검사 결과 급성 뎅기열 진단을 받았다. 피검사 결과가 나오는 동안 탈수 방지하는 수액과 진통제를 맞는다. 두시간 반쯤 흐르니 열도 제법 가라앉고 (그래봤자 39도에서 38도..) 어느정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정신이 돌아왔다. 가벼운 뎅기열 증세로 보여서 다행이지 싶었다.
   박군을 진찰한 싱가폴 의사는 병원에 있던 집에있던 아프기는 똑같을 거라며 약처방을 받고 집에서 쉬기를 권고했다. 어느정도 괜찮아졌고 우리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인터네셔널 sos 클리닉은 이름에 걸맞는 응급실 같은 곳이다. 오랜시간 입원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이진 않았다. 규모도 그렇고 시설도 그렇고. 이런 곳에 계속 있으니 집에서 쉬는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귀가 한거다. 그런데 뎅기열은 그렇게 쉽게 사라질수 있는게 아니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박군은 다시 끙끙 앓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호텔조식을 먹고난 후 아직까지 둘다 음식한번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 점점 판단력이 흐려진다. 어떻게 해야하지. 병원으로 다시 가야하나 어떻게 도와야하나. 결국 한국 sos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병원을 옮기고 입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저녁때가 되어가는데 박군은 점점 통증이 심해져온다. 의사 소견서를 받기 위해 international sos clinic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아무런 조치 없이 시간이 너무 흘렀다. 이제 박군은 물만 마셔도 구토하는데.. 탈수를 막아야한다.

입원결정, 로얄 프놈펜 병원으로
   급하게 우리가 향한 곳은 로얄 프놈펜 병원. 택시를 잡아탄 시간은 어느덧 늦은 저녁이 되어가는 7시다. 지칠대로 지친 박군은 뒷좌석이 누워있고 나는 연신 형님과 아주버님이 보내주신 기도문을 반복해서 읽었다. 마음은 너무 조급한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퇴근길 차는 또 왜 이렇게 막히는지... 한시간이 되어서야 7km남짓 떨어져있는 병원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덧 여덟시. 응급실에 박군을 눕히고 급히 입원수속을 밟았다. 아니 여기서 급한건 나 밖에 없었다. 열이 팔팔끓는 박군은 다시 39도.. 언제 병실에 올라갈 수 있나 전전긍긍 발만 동동 구른다. 죽같은 걸 좀 사서 먹여야하는데. 아직 한끼도 제대로 못먹었는데.. 사경을 헤매는 남편을 홀로 낯선 병원에 남기고 밖에 뭘 사러 나갈수가 없다.
   아홉시. 병실 배정을 받고 드디어 올라왔다. 수액도 맞기 시작했고 진통제도 맞으니 열이 37도까지 내려갔다. 무엇보다 이제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통제 효과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진통제를 맞고 4시간쯤 흘렀을까.. 다시 극한 두통과 근육통으로 아파한다. 열도 다시 38.6이상 올라간다. 그렇게 박군은 새벽 내내 잠 한숨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지독한 뎅기열의 증상
   뎅기열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급성 바이러스이다. 뎅기 바이러스가 있는 모기가 사람을 물면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어느날 갑작스럽게 고열이 나기 시작한다. 고열과 두통, 근육통과 관절통은 지금 박군이 겪고 있는 뎅기열의 초기 증상이다. 초기에서 중반부로 넘어가면 열은 떨어지지만 온몸에 발진이 생긴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완화 중심의 치료를 받고나면 저절로 낳는다.
   심각한 병은 아닐수 있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으로서 증상은 정말 심각해보인다. 지금 병원에서 할수 있는 것은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액를 맞고 통증이 심해지면 진통제를 맞는 정도이다. 나는 박군의 열감을 줄이기 위해 머리 위에 차가운 팩을 수시로 바꾸거나 통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간호사를 부르는게 전부다. 오롯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건 박군뿐.. 그 누구보다도 힘든 사람은 남편일테니 속상해하지 말자 싶으면서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아파온다. 낯선 땅에 와서 투병까지 하다니.. 얼른 이 폭풍이 지나가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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