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89] 뎅기열로 신음하고있는 남편을 향한 편지

언제나 나보다 씩씩하고 힘이 강한 당신.

지금 내 눈앞에는 홀로 병마와 싸우는

여린 영혼이 있습니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 보이지 않는 사다리 타기를 할때

내 마음도 천국과 병실을 오가는 것을,

거친 숨을 몰아쉬다 지쳐 잠든 당신의 뜨거운 손에

나는 조용히 차가운 입술을 댑니다.


당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얼마나 잔혹하고 비정한지

체온계에 적힌 터무니없는 숫자가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열을 낮추기 위해 투여하는 약이

행여 이 사투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면서도

열이 들뜬 숨을 자꾸만 몰아쉬는 당신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애써 기도로 갈등을 화해시킵니다.


뜨거운 이마에 차디찬 팩을 꾹꾹 눌러가며 열을 식힐때

나는 들었습니다. 거의 잠에 빠진 당신이 무의식중에 뱉은

'좋다'는 말. 

이것으로 싸움이 이미 종결된 것을

나는 알 수 있어요.


당신은 이겨낼거에요. 전세는 역전 되었으니.

우리 훗날 웃으면서 이날의 황홀함을 추억해요.

지금 이순간 이미 이겨내었던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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