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병원 창문너머로 보는 태국

지난 화요일, 급하게 여권과 짐을 싸고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신을 프놈펜 어딘가에 놓고 온건 아닌지 의심이 되지만 어느덧 우리 몸은 방콕에 도착해있었다. sos 태국 직원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줬고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함께 방콕병원으로 이동했다.

방콕병원은 로얄프놈펜병원의 원조격인지 모든 로고나 직원 유니폼, 건물 느낌 등이 똑같았다. 심지어 커텐까지! 우리가 로얄프놈펜병원에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자꾸 입에서 캄보디아어가 튀어나와 말하는이와 듣는이를 모두 당황하게 한다. 6개월동안 나름 캄보디아에 적응을 했나보다. 태국에 오니 새삼 느껴진다.

급하게 이곳으로 넘어온 그날 저녁 혈소판 수치는 프놈펜에서 봤던 것보다 더 낮은 수치였다. 37,000. 그 다음날 다시 체크한 수치는 39,000으로 조금 올랐다. 뎅기열 후기로 갈수록 혈소판 수치가 급감하다가 바닥을 찍고 그 다음부터는 급히 오른다고 한다. 의사의 말을 믿고 지금 우리는 병실 안에 콕 박혀있다.

남편은 지금 열이 떨어지고 온몸에 발진이 올라오고 있다. 뎅기열이 끝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상이라고 한다. 좋은 징조이다. 하지만 아직 혈소판 수치는 위험수준에 있기 때문에 밖에 마음껏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병실에 앉아있기만 하기 지루하다고 병원 내 산책을 하려고 어제는 간호사에게 물어봤는데, 절대 안된다고 나가려면 휠체어를 타라고 반색한다. 휠체어라니.. 결국 박군을 휠체어에 앉히고 방콕병원 한바퀴를 돌고 들어왔다. 

태국 방콕은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정도만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이는 풍경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는 나라이다. 빼곡히 들어선 고층 빌딩 사이로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지상위를 달리는 모노레일과 낮은 가옥 구조는 일본의 느낌을, 끊임없이 유입하는 차들로 가득찬 고가도로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준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고작 비행기타고 한시간 거리인데, 도시 발전 수준이 천지차이인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두 나라가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일까. 새삼스럽게 캄보디아가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진다. 

내일 아침 피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오른 것을 확인한다면 큰 문제없이 프놈펜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의 상황을 걱정해주고 같이 기도하겠다고 연락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을 받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생겼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