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2. 04:5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최근에 리디북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이라고는 출산 전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의 무료체험 찬스로 폭식하듯 무지막지하게 읽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5개월간 코빼기도 들춰보지 않았던 나다. 책은 꼬박꼬박 챙겨보려 노력해왔던 지난 노력이 무색하게도 출산과 육아는 그만큼 강력하게도 나의 삶의 패턴을 모두 바꿔놓았다. 단 한 번도 책 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육아에 파묻혀만 살다가, 7월에 큰 손님맞이를 치르고 난 뒤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알게 됐다. 지난 5개월간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잘만 살았다는 것을. 이번에는 ‘리디북스 셀렉트’라고 선발된 특정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읽은 게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이었다. 가장 단순한 일, 가..
2019. 8. 10. 04:5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하니가 최근에 배운 것: 사물을 좀 더 오래 잡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친숙한 사람(아빠, 엄마)의 얼굴을 더 오래 응시한다. 양 손으로 양 발을 한쪽씩 잡고 그 자세를 꽤 오래도 유지한다. 뒤집기는 아직이다. 최근에 뒤집기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몸을 이리저리 들썩이더니 언제부터인지 요즘은 또 잠잠하다. 누워있기를 싫어하고 품에 안아주면 팔을 자주 뻗고 있는다. 한 번은 옷장 문고리를 잡도록 들어주었더니 문고리를 잡고 끌어당겨 옷장 문을 열었다. (물론 내가 내쪽으로 잡아당겼지만.) 놀라운 손아귀 힘! 몸무게/체중: 며칠 전 세 번째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는데(+135일) 그때 체중계로 재본 무게는 6.4kg였다. 집에서 재본 키는 65cm. 쌀미음 이유식을 일주일째 ..
2019. 8. 8. 05:08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새벽부터 천둥번개가 친다. 하늘이 번쩍번쩍 빛나고 요란한 광음과 함께 빗물이 창문을 내리쳤다. 나는 새벽 3시부터 두 시간째 하니를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젖을 먹이면 곧바로 잠드는 아이인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쉬이 울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한 시간을 넘게 아이를 달랬다가 안았다가 다시 젖을 물리다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분유를 줘야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동안 하니의 칭얼거림에도 꿋꿋하게 단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단번에 벌떡 일어났다.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내 한숨소리에 더 민감한 남편이다. 남편이 분유를 타오는 사이 나는 다시 하니를 달랬다. 어제 구연산 분유를 마신 일 때문일까. 산이 이 아기 뱃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걸까. 배앓이가 있는 걸까. 남편에게 ..
2019. 8. 7. 03:59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네가 엥-하고 낑낑대는 소리를 낸다. 거실에 있던 나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낮춰 안방의 방문을 열어본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바쁘게도 너의 머리는 움직인다. 나는 내 모습을 보이고 미소를 지으며 너를 진정시킨다. 울음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가녀린 너의 팔이 허공을 바쁘게도 젓는다. 나는 톡하고 수유나시의 끈을 풀어 가슴을 내어놓는다. 너를 들어 무릎에 놓았을 때 너는 바빠진다. 젖냄새를 맡은 너는 입을 오무린다. 너는 배고픔에 충실하게도 나에게 매달린다. 꼬물거리는 손은 가슴과 나시와 끈을 훑고 지나간다. 가지런히 뻗은 두 다리는 어느새 나의 팔을 끼고 자리를 찾는다. 꿀꺽꿀꺽 넘어가는 목구멍. 푹 파진 보조개. 내 몸의 무언가가 너에게로 이동한다. 젖 먹을 때 하니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형언할 수..
2019. 8. 7. 03:4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126일 잠들기 직전 마구 울어대는 너를 보며 생각한다. 1분만 참고 지켜볼까. 1분이 흐른 뒤에는 또 생각한다. 1분만 더 지켜볼 수 있을까. 길고 긴 2분이 끝나가는데도 너는 계속 울고 있다. 안아주어야 할까. 이제 막 잠들려고 애쓰는 너를 내가 깨우는 건 아닐까. 그냥 내버려두면 네가 너무 외롭진 않을까. 생각하는 사이 시간은 조금 흘러있다. 너의 울음 소리는 그 사이 줄어들었다 다시 발작적으로 커졌다가를 반복한다.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다. 그러다 너는 어느 순간 울음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본다. 지쳐보이는 너의 얼굴에 눈물 방울이 뒤늦게 흘러내린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여 귀엽게 보여 나는 웃었다. 너는 다시 울기 시작한다. 나도 다시 우는 너를 지켜본다. 자려고만 하면 자..
2019. 8. 3. 05:5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백일 아기와 시댁식구들과의 유럽여행 아홉 분의 시댁 식구들이 독일을 방문하게 되어 여행 준비 차 정신없이 6월 한달을 보낸 것 같고 7월은 2주간 여행, 남은 2주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씻기는 데 다 가버린 듯 하다. 하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와 사촌오빠, 고모할머니들과 고모부할아버지, 삼촌할아버지 등등등...... 실로 많은 친지들의 축하 속에 백일도 맞이했다.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던 내 바람대로 셀프 백일상도 성공적이었다. 여행 중에 어른들 모시고 백일상을 치르기가 생각보다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남기니 어찌나 마음이 흡족하던지. 갓 백일이 넘은 아기와 함께 2주간의 독일, 스위스 여행이라. 여행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거창하다. 남편은 가족들을 모시고 가이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