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학교의 장학금 고지 실수

너무나도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보느라 일주일이 흘러버렸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을까? 바라던 선물을 받았는데 좋아하다가 빼앗겨 버린 기분. 처음엔 화가 났고 분노를 쏟아냈고 다음엔 우울감과 좌절감이 찾아왔다. 뭐 이래.

지난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인즉슨, 우리가 너한테 주기로 했던 장학금 금액의 숫자가 잘못됐다, 실수해서 미안한데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고.

뭐...뭐라???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그 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장학금의 여부'가 그만큼 나한테는 중요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발도르프 교사양성과정은 독일어 과정에 비해 학비가 4배 이상 비싸다. 독일어 과정은 2년 석사과정에 3,800유로(한화 5백만원상당)인데, 영어과정은 전체 1년 반 석사과정에 18,000유로(2천4백만원)를 육박한다. 그 중에서 나는 지난번 장학금 수여 메일로 6,000유로를 학비로 내가 부담하고 6,000유로는 감면에 6,000유로는 졸업 후 발도르프 교사로 3년간 일을 했을 때 면제되는, 대출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숫자를 잘 못 쓴 것이다. '감면이 3,000유로, 졸업 후 대출로 3,000유로'로. 내가 당장 낼 금액이 12,000유로?? 이건 말이 안된다. 나는 화가 났다.

담당자에게 눈알을 부라리고 따지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 사람 거의 10분만에 답장을 보냈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이렇다. '내가 전 메일에도 썼잖아!! 이런 실수를 해서 나도 후회돼. 근데 나도 이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장학금 레터 첫번째 단락에 분명히 나와 있잖아. 니가 12,000유로 내야한다고. 우리는 두번째 단락에서 실수 한거잖아? 나도 알아, 니가 두번째 단락 때문에 오해한거.'

하. 그렇게 나오시겠다?????? ........???????..... (그럼 뭐 어쩔수 없죠....)

이런. 이 사람 답장 보내는 뽄새 보고 열이 더 뻗쳤다. 오해였다고? 내가 오해한거라 이거지? 니가 실수를 해서 내가 오해를 했는데 넌 뭐가 이렇게 당당하냐. 글을 쓰면서 다시 메일을 열어보니 분노가 이글거린다. 못난 사람!!!

워...원점으로 돌아왔다!!!!

독일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황당하다. 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담당자는 아주 너그럽게, 아량을 베풀듯 이번달 말까지 고민하고 알려달란다.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학교 입학 건은 물건너 갔다. 훠이훠이. 안녕. 미쳤다고 영어과정을 천 육백만원이나 납세하고 학교를 다니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그럴 여유도 없으니. 

학교 입학 허가서를 받자마자 학생보험도 바로 신청 했기 때문에 이 두 건이 맞물려 있는데 정말 큰일이다. 공보험 가입이 취소가 될 수 있는 상황. (그렇게 되겠지..) 학교도 보험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하하하. 장학금은 물건너 갔고 학교입학도 물건너 가고 보험도 아득히 멀어졌다. 이 사람들이 장학금을 줬다 뺏은 것도 아니고 애초에 주지도 않았네. 모든게 다 내 오해였네. 하하하.

독일어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사실 그것 밖에는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러가지 옵션이 있고 그 중에 독일어 공부를 선택해서 하는 것과 오직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독일어 공부 밖에 없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독일에서 독일어를 못하면 공부도 못해 일도 못해, 진짜 한국가는 비행기 타야된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쓰라리게 현실로 다가와 이번 한주간은 좀 괴롭고 절망스럽다. 이것도 지나가겠지. 당장 독일어 학원부터 등록 해야겠다. 그동안 돈 아낀답시고 어학원도 안 다니고 혼자 공부했는데 이렇게 된 김에 어학에 돈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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