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어학원 A2반 레벨 테스트를 보다

어학원에 돈을 쓰는게 망설여졌던 나는 학교 입학이 좌절되고 나서 과감하게 어학원 등록을 결단했다. 어차피 학교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하기도 하고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 이곳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어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하고 나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제법 규모있는 어학원 두군데에 연락을 취했다. IFA라는 사설학원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부설 어학원으로 알려져있는 도이치콜렉(Deutschkolleg). 일단 두군데 모두 컨택은 했는데 내가 결정해야 할 부분은 '어느 레벨로 들어갈 것인가'였다.


이런 고민 하는게 부끄럽다... 난 너무 나를 믿어버렸어

나는 지난 9월달에 3주간 남편의 학교인 호헨하임 대학교(Hohenheim Universität) 부설 어학원에서 A1.1를 마치고 10월부터 3개월동안 줄곧 혼자 공부를 해왔었는데 내 수준은 A1도 A2도 그렇다고 B1도 아닌 어중간한 단계였다. 나는 조금 슬렁슬렁 여유롭게 공부하는 컨셉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하긴 하였으나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A1.2 교재와 A2 교재를 사놓기는 했지만 책 진도를 나가진 않았고 로제타스톤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진도를 나가는게 좀더 편해서 그쪽으로만 시간을 많이 썼다.

3개월 공부한 내용이 A2를 커버하는지 쉬이 확신이 서지 않았던 나는 A2반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2개 어학원 모두 A2반에 모두 등록했다. Deutschkolleg은 IFA보다 코스 기간이 짧고 (코스당 200유로정도 더 저렴하다) 학교입학을 목적으로 오는 학생들로 인기가 많아 이미 자리가 없었는데, 극적으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레벨테스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A2반 입학 시험(?)이라 그렇게 높은 수준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정확히 빗나갔으니, 나는 가까스로 A2반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시험은 시험인지라 바짝 긴장하고 하루 이틀정도는 꼬박 A1.2 책을 풀어보고 점검했었는데 그렇게 하길 정말 잘했던 것 같다. 에휴. 처음부터 어느레벨로 들어갈지는 고민할 가치가 전혀 없었던 문제였다!!! ㅠ_ㅠ


............ ㅎㅎㅎㅎㅎㅎㅎ 거 참 뻘쭘하군 그래.


진땀이 뻘뻘났던 시험

처음에 도이치콜렉 어학원 사무실을 찾느라 비까지 쏟아지는 와중에 정말 정신사납게 뛰어다녔다. 까딱하면 시험을 못볼 뻔 해서 사무실에 전화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길도 묻고 난리를 치다가 극적으로 건물 발견. 미리 건물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번호만 확인하고 간 나의 잘못이 컸다.

비를 쫄딱맞고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읽기/쓰기 시험이 시작됐다. 나와 같이 레벨테스트를 보는 학생들은 총 8명정도. 그중 한명은 B2반을, 절반정도는 B1반을, 나 포함해서 4명정도는 A2반 들어가는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다. 시험 시간은 총 30분. 주어진 시간 안에 두 단락의 송송 뚫려있는 50개의 빈칸을 채우고 쓰기 문제였던 '중앙역에 대해 쓰시오'를 10문장 이상 채워써야 한다. (??? 갑자기 왠 중앙역...?) 문제를 받아들고 나는 멘붕에 빠져버렸다. A1을 갓 끝낸 자의 수준은 아니잖아.. 과거형 시제도 많고.. 동사도 생소하고.....

A2시험과 B1반 시험 문제는 똑같았다. 다만 A2는 2개의 단락을, B2는 4개가 단락(빈칸 아마도 100개?)을 30분 제한시간 내에 푸는 것이었다. 빈칸 채우기는 앞의 알파벳을 1개나 2개정도 주고 뒤를 추측해서 기입하는 형식이었는데 추리가 힘들 정도로 빈칸이 많아 사실 단락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30분 안에 50개의 빈칸을 채우고 중앙역에 대해 10문장이 넘는 글을 쓰라니... A2반에 들어가는데 말이지.

시간은 급하고 이해는 안되고...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빈칸은 너무 허망하게 많았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시험 종료. 하.. 어학원 중간에 들어가는 거 참 더럽게 힘드네. 시험이 종료되면 바로 채점을 해서 한명씩 상담이 시작된다. (스피킹은 시험은 따로 없었다.) 나는 50문제 중 30개를 맞았고 A2입학 기준인 30-40점을 겨우 채울 수 있었다.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나보고 단어를 좀 많이 익혀야 할 것 같다고 조언을 해줬고, 글쓰기는 오히려 조금 나은 편이라 앞의 실수가 보완될 수 있었다고 얘기해줬다. 첨삭한 걸 보니 쓰기도 중간중간 문법 오류가 심각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앞의 실수를 만회해줘서 A2반 자격 (간신히) 획득!


공부했다고 다 아는게 아닌 것을

이제 본격적인 독일어 공부가 시작됐다. 내가 다니게 된 도이치콜렉 어학원은 한 과정에 6주로 굉장히 짧은 편에 속하고 중간중간 네 번의 시험이 있어 뭔가 스파르타식인 듯 보인다. 대학입학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입학수준에 맞도록 끌어올려주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았다. 절대 어학원을 바꾸지 않으리. 레벨테스트 괜히 봤다가 지금처럼 실력이 들통나면 어떡한담. 이곳에서 쭉 B2까지 공부해 볼 생각이다. 

한 가지 깨달은 점. 내가 3개월동안 혼자서 독일어를 공부하며 종횡무신 A2와 B1 내용을 넘나 들었지만 그걸 봤다고 해서 안 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용을 읽고 자유롭게 글로 쓸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앞으로 배울 A2 내용도 내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고,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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