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번역강의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영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확신에 가득 찬 강사의 얼굴은 술취한 사람처럼 조금 벌겠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수준이면 번역은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일까. "요점은 한국어 입니다. 가장 적절하고 맥락에 맞는 한국어를 골라 넣는 것이 번역가가 하는 일이죠." 강사의 말에 따르면 번역은 정말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사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처럼 들렸다. 번역에 필요한 기술이 몇가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 강의를 통해서 얻게 될 그 기술. 그것만 있다면 당장 책 한권이라도 뚝딱 번역해서 나올 것 같은 기세.

언어는 어휘력이라고 했다. 고급언어와 평범어의 차이는 그가 구사하는 어휘의 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대통령이 쓰는 어휘와 시골 아저씨의 어휘 범위는 다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어휘를 많이 알 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어휘만 외우면 되니까.

번역가는 이 마저도 용서가 된다. 번역가는 사전이 있으니까 모르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는 영어를 담을 한국어, 어떤 한국어에 담을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실력이 되는 거다. 결국엔 글쓰기로 돌아오게 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작은 눈을 크게 뜨며 강사는 강조했다. "여러분이 책 많이 읽는거 나도 압니다. 그런데 읽으면 거기서 그친다는 게 문제입니다. 써봐야 해요." 그럴싸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공감이 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내 반응에 강사는 힘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신문을 읽으세요, 여러분. 나는 딱 한가지 지금까지 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20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신문구독을 끊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신문은 기자들이 글을 멋들어지게 써서 좋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읽기쉽고 대중적이며 무엇보다 올바른 문법과 맞춤법으로 썼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말했다. 항상 신문을 가깝게 두고 신문의 글쓰기를 흉내내라고. 나는 이 부분에서 또 옳다고 생각하여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2월에는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해놓고 3주인가 열심히 보곤 두번다시 열어보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강사는 이것을 강조했다. "매일하라." 절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한단락정도 번역을 연습하라고. 잘 하고싶으면 한번 해보라고. 매일 연습하면 잘하게 될거라고. 너무 간단한 원리이다. 잘 하고 싶어? 그럼 매일 노력해! 그걸 누가 모르나. 천지가 흔들려도 변하지 않을 진리와도 같은 법칙을 누가 몰라서 못할꼬. 매일 번역 연습을 하라니. 매일 한가지 행동을 반복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공책을 펼 용기, 펜을 쥐고 생각을 집중할 용기, 이불 속에서 나올 용기. 내가 해봐서 안다.

나의 매일 글쓰기도 7개월째가 되어간다. 정말 하루도 거르지 않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니다. 정말 용기가 나지 않아 이불을 뛰쳐 나오지 못했던 며칠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거봐,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라며 또다른 내가 나를 비웃고 다음날 다시 펜을 들때에는 두배의 용기가 필요했다. 뭘 하려면 매일 해야하는 게 맞다. 그것만 해야한다. 계속 따라잡아야하고 꼬리를 꼭 붙잡고 있어야한다.

매일 글쓰기에 매일 번역연습을 더할 수 있을까? 용기가 두배로 필요한 일인데. 망설일 시간에 일단 한줄이라도 시작해볼까. 내일도 할지는 내일 생각해볼 문제로 남겨두고. 오늘은 오늘 할 일을 하자.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