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축제와 달리기

동대문서울문화역사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아프리카축제에 다녀왔다. 아프리카 관련된 기관과 대사관이 마음을 모아 공동으로 주최한 것 같다. 말 그대로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신나는 축제이자 문화 교류의 장이다. 매력적인 피부톤을 가진 이국사람들이 축제에 걸맞는 원색 패턴의 옷을 입고 축제의 공간을 거닐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한국 청년들도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즐거운 표정을 지은채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교류하는 에너지가 눈으로 힘으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남편과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공연이 막 시작됐다. 젬베 연주가 마음을 두드리며 리듬을 거리에 퍼트렸다. 힘있게 젬베의 표면을 두드리는 연주자의 얼굴은 무척 몰입되어 보였다.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곧바로 매료시켰다. 악기가 하나씩 더해지고 목소리도 더해질수록 점점 빠져들어갔다.

무용으로 에너지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마당을 곧 가득 채웠다. 신이 나 보였다.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힘이 무엇일까. 저토록 몰입하게 하는 힘이 뭘까. 저들은 아프리카의 어떤 모습에 반한걸까. 공연을 보는 내내 저들이 가진 에너지와 뿜어내는 열정에 압도되어고보니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 * *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빈둥거렸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두편정도 내리 보고 야식으로 라면 하나도 뚝딱 해치웠다. 이토록 소중한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 우리는 9시에 운동복을 챙겨입고 공원으로 나갔다. 조금 뛰어나볼까 하고.

공원은 운동을 나온 주민들로 거의 꽉 차있었다. 나는 경악했다. 진심이야?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다고? 걷는 사람들과 뛰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뛰는 사람들은 걷는 사람들 틈을 스케이트 타듯 유연하게 비켜나가며 무심히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내가 누워서 빈둥거릴동안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었구나. 진지하게 자신만의 트랙을 묵묵히 뛰는 모습은 퍽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운동하는 사람들 틈 사이로 나도 뛰어보기 시작했다. 비대해진 몸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때마다 숨이 점점 가팔라진다. 나를 무심히 앞질러 달려나가는 어떤 여자의 포니테일만 멀끄러미 쳐다봤다. 박차고 다시 앞으로 나가보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음하고 몸하고 일치가 안된다.

남편은 이미 저기 멀리 뛰어나갔다. 느리게 뛰는 나와는 속도가 맞지 않아서 혼자 몇 바퀴를 뛰고 오겠다고 앞질렀다. 남편이 다시 나를 따라잡을 때까지 나도 뛰었다가 걸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점점 걷기만 길어진다.

'하루에 꼭 할 일' 목록이 있다면 거기에 1순위로 운동을 넣어야겠다. 몸이 무겁다. 조금은 가볍다고 느껴질때까지 다시 뛰어야겠다.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껴서 나도 묵묵히 내 트랙을 달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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